조금 공부를 하면 철학, 사상이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문물을 일본사람들이 번역해 만든 한자 단어에는 원어와 번역어 사이에 뜻이 다른 것들이 많다. 철학도 그렇다. philosophy는 그리스어로 지혜인 philos와 사랑인 sophia의 합성어다. 필라소피는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라소피를 한자로 번역한 철학은 밝아지는(哲) 배움(學)이다. 깜깜한 어둠에서 벗어나 밝음을 향해 알며 배우는 일이 철학이다. 철학은 밝음을 지향한다. 그러나 밝아지면서 더 모르게 되는 일도 있다. 얼마 전 옛날의 서울역 전시관에서 꽤 인상적인 설치미술을 보았는데, 어떤 물체가 밝아지면서 희미하게 사라지고, 어두워지면서 선명히 드러났다. 밝음에 물든 현대인에게 경종을 주는 작품이었다. 물론 철학에서 밝음은 빛에 의한 밝을 명(明)이 아니라 머릿속에 일어나는 밝을 철(哲)이다. 우리 머릿속 밝음도 빛에 의한 밝음처럼 밝게 알아가면서 어둡게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철학(哲學)보다 원어인 필라소피의 뜻이 더 의미있다. 뭔가를 아는 지식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지혜를 사랑하는 필라소피의 철학이 진정한 철학이다. 사상(思想)은 머릿속 생각과 마음속 생각을 포괄적으로 합친 전반적 생각이다. 사상이라는 단어에는 필라소피의 철학처럼 지혜를 사랑한다는 가치판단의 뜻이 없이 가치중립적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상들이 난무한다. 그런데 하나의 사상에만 빠지면 철학없는 몰철학이다. 다양한 사상을 파편적 지식으로 수용하는 것도 몰철학이다. 참철학이란 다양한 사상들을 견주어 비판하여 지혜로운 깨달음을 얻으며 나만의 필라소피 철학으로 이루어 가는 일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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