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23> 집중과 몰입 ; 뭘 할까?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집중해서 해야 할까? 몰입해서 해야 할까?

집중에서 집(集)이란 나무(木) 위에 새(隹)들이 모여 앉아 있는 모양이니 모두(together)의 뜻이다. 중(中)은 가운데다. 영어 concentration의 con이 모두(together)이며, center는 가운데 中이다. 그러니 집중이라는 한자(集中)는 영어(concentration)와 뜻이 똑같다. 모두를 어느 한 가운데로 모아서 하면 일이 잘 될까? 심리 실험에 의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잘 되다가 집중도를 계속 높여 가면 어느 순간부터 업무성과가 점점 떨어진다고 한다. 쉽게 말해 적당한 집중은 좋지만 과도한 집중은 오히려 나쁘다는 뜻이다. 몰입은 어떨까? 몰입에서 몰(沒)은 물속에 가라앉아 없어지다는 뜻이다. 沒철학은 철학이 없다. 沒인정은 인정이 없다. 그런데 몰입은 물속에 가라앉아 없어지기보다 다시 어디로 들어간다(入)는 뜻이다. 한영사전에 몰입은 absorption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 이런 사전적 정의가 아니라 몰입에 대한 멋진 영어가 따로 있다. 바로 flow다. 영어사전에 없고 이름이 되게 복잡한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책에 있다.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 어느 순간 행동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몰입이며 플로다. 어떤 일을 한다면 몰입해서 내 생각과 행동이 물처럼 흐르게(flow) 될 때 창의성도 생기고 행복해진단다. 이러한 플로 관점의 몰입도는 집중도와 달리 몰입할수록 업무성과가 높다.

하수는 억지로 집중하려고 하지만, 고수는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사실 인간은 억지로 집중할 수도 없다. 욕심은 집중하고 싶지만 생각은 늘 딴 데로 샌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다. 내가 어느 일을 진정 좋아하고 정말 즐기며 참 기뻐한다면….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