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26> 이성 지성 감성 심성 근성 본성

bindol 2021. 4. 20. 05:28

 

이 여섯 가지 성(性)을 구별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인간에게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칠까?

이성(理性, reason)이란 분별력을 가지고 합리적 이유를 따지는 것이다. 이성은 왼쪽 뇌, 감성은 오른쪽 뇌가 맡는다고 해서 이성의 상대말을 감성이라고 하지만 이는 단지 좌우뇌의 과학적 가설에 근거한다. 진실은 과학을 넘어 숨어 있다. 지성(知性, intelligence)이란 머릿속에 든 지식을 가지고 사고하는 지적 능력이다. 지성을 재는 수단이 지능지수(IQ)다. 감성(感性)을 재는 수단이 감성지수(EQ)다. 그래서 감성은 지성의 상대말이지 이성의 상대말이 아니다. 이성의 상대말은 무엇일까? 심성일까? 심성(心性)은 어떤 사람의 착함이나 악함을 따지는 윤리적 차원이 강하다. 결국 이성의 상대말은 본성이거나 근성이다. 그런데 근성이라고 하면 악바리 같은 느낌이 든다. 가령 지기 싫어하는 오만한 근성인 오기(傲氣)이거나 근성(根性)의 일본말인 곤조(こんじょう)처럼 비속어다. 결국 이성의 상대말은 본성이다. 본성(本城)은 네이처(nature)다. 인간의 자연적 본성은 '옳다-그르다'를 분별하는 이성, '안다-모른다'를 따지는 지성, '좋다-싫다'를 마음에 담는 감성, '선하다-악하다'를 구분하는 심성, '강하다-약하다'로 잴 수 있는 근성과 다르다.

본성은 이성보다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아울러 지성, 감성, 심성, 근성도 넓게 포괄한다.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인간은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는 이성적 존재이기에 앞서 "나도 날 모른다. 그러나 나는 존재한다!"는 본성적 존재이다. 본성은 머리에 들었는지 가슴에 박혀 있는지 알기도 힘들며 깊은 곳 어딘가에 켜켜이 감춰지고 숨겨져 있으며, 때로는 그냥 맨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단순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