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24> 사고와 생각 ; 뭘 할까?

bindol 2021. 4. 21. 04:37

우리는 살면서 생각이라는 말을 참 많이도 하고 산다. 생각과 사고는 어찌 다를까?

사고에서 사(思)는 밭이 아니라 뇌(腦)를 뜻하는 田과 마음(心)이다. 즉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고(考) 역시 늙은이를 보고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니 생각한다는 뜻이다. 사고와 비슷한 단어로 사색도 있고 사유도 있다. 사색에서 색(索)은 얽힌 실타래에서 더듬어 찾는다는 뜻이다. 사유에서 유(惟)란 마음에 묻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한자로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각각의 차이를 따질 수 있다. 머리(田)가 들어 있는 사고는 논리적이며 이성적인 생각, 늙음()이 들어 있는 사색은 명상적인 생각, 마음( )이 들어 있는 사유는 감성적인 생각에 가깝다. 그러니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 계속 생각하는 것은 사고(thought)이며, 호젓한 명상길에서 홀로 생각하는 것은 사색(meditation, contemplation)이며, 우리 삶의 공동체 관계에 대해 두루 깊게 생각하는 것이 사유(consideration)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주로 논리적 이성적 합리적 사고를 중심으로 한다. 그런 사고를 코기토(Cogito) 사고라고 한다. 그러나 생각은 사고, 사색, 사유 모두를 전방위로 포함한다. 생각은 한자가 있을 것같지만 한자가 없는 순 우리말이다. 그러나 한자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는 있다. 생각은 生覺이 아닐까? 생각(生覺)은 머릿속에서 가슴속은 물론, 내 몸 전체에서 생겨난(生) 깨달음(覺)이다.

살면서 논리적 이성적인 합리적 사고만이 아니라 명상적, 감성적 생각을 포함한 전반적인 생각이 많아지면 우리는 철학자가 되어 간다. 쉬운 것도 괜히 어렵게 설명하는 철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아내는 철학자가 된다.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