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6] 곧 닥칠 風雲

bindol 2021. 4. 23. 04:40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6] 곧 닥칠 風雲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4.23 03:00 | 수정 2021.04.23 03:00

 

일러스트=김성규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큰 바람의 노래’다. 원제는 ‘대풍가(大風歌)’. 작자는 한(漢)나라를 창업한 고조(高祖) 유방(劉邦)이다. 왕조를 창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태어난 고향을 방문했을 때 술에 취해 기분 좋게 불렀다는 노래의 가사가 전해진다.

첫 구절이 이렇다. “큰 바람 불어오는구나, 구름이 날아오른다(大風起兮雲飛揚).” 천하대란(天下大亂)이 벌어진 뒤 그를 평정한 자부심을 슬쩍 암시한 단락이다. 세상이 온통 혼란으로 얼룩진 상황을 여기서는 바람과 구름, ‘풍운(風雲)’으로 묘사했다.

이 맥락 때문인지 단어는 난세(亂世)의 소용돌이를 잠재우고 최고의 위치에 오르는 영웅의 서사(敍事)에 곧잘 등장한다. ‘풍운을 호령하다’의 질타풍운(叱咤風雲)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즐겨 쓰는 ‘풍운아(風雲兒)’ 역시 같은 흐름이다.

/유광종 제공 한나라 고조 유방이 태어난 패현이라는 곳에 조성한 유방의 석상.

그러나 ‘풍운’이라는 단어에 담긴 가장 대표적 뜻은 ‘변화(變化)’다. 짐작하기도 어렵고, 감내하기도 쉽지 않은 국면(局面)의 아주 큰 전환(轉換)이다. 그로부터 이 말은 한나라 고조 유방이 읊조린 대로 결국 ‘천하대란’의 의미까지 획득한다.

 

그래서 ‘풍운’은 ‘불측(不測)’의 동의어다.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헛것처럼 자꾸 변한다고 해서 ‘변환(變幻)’, 큰물에 휩쓸리듯 안정을 찾을 수 없다 해서 ‘동탕(動蕩)’이란 말과도 자주 동렬(同列)에 선다.

풍운의 뒤를 따르는 것은 거센 물결이다. 성난 물결 노도(怒濤), 높이 솟는 격랑(激浪), 무섭게 불어나는 흉용(洶湧), 바다가 넘치는 해일(海溢) 등이다. 미국과 중국이 본격 충돌 국면에 들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는 이런 물결들이 일고 있다. 그 성난 파도는 한국의 해역(海域)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활(死活)의 이해가 걸린 대목이라 정신 제대로 차리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