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7] 민간기업의 ‘거세’ 공포
입력 2021.04.30 03:00 | 수정 2021.04.30 03:00
남성의 생식기를 없애는 거세(去勢)의 역사와 전통으로 따질 때 중국은 단연 세계 으뜸이다. 환관(宦官)이나 내시(內侍)로 불린 숱한 사내들 때문이다. 이들은 군주(君主)의 사생활을 바로 옆에서 보필했던 사람들이다.
중국에서는 태감(太監)이라는 직함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관’이 더 일찍 등장한 명칭이다. 임금의 곁에 머무는 일반 남성의 관직이었으나 청(淸)대에 와서 ‘태감’과 뜻이 같아졌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내시’를 더 많이 쓴다.
일러스트=백형선
궁궐 내부의 작은 길[巷]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항백(巷伯)이라는 명칭도 보인다. 궁중의 내밀한 일을 다뤄 중관(中官), 내관(內官)이라는 이름도 얻었다. 내부의 일을 전담해 처리하는 직무여서 중신(中臣), 내신(內臣)으로도 부른다.
이는 관직에 등장하는 호칭들이다. 그와 상관없이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일반적 ‘거세’의 의미는 엄(閹)이라는 글자가 대표한다. 엄인(閹人)이 우선 그렇다. 거세한 남성에게 궁궐 출입문을 관장토록 했던 데서 비롯했다.
엄할(閹割)은 남성의 성을 제거하는 행위다. 사백(私白)도 같은 뜻이다. 가장 은밀한 부분[私]을 없앴다는[白] 의미다. 형벌로 그를 행하는 경우는 궁형(宮刑)이다. 몸을 깨끗하게 한다고 해서 정신(淨身)이라는 단어도 나왔다.
요즘 해외 중국어 매체들이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 대상은 중국 최고 기업인이었다가 크게 궁지에 몰리고 있는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이다. 공산당 최고 지도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엄청난 벌금까지 내야 하는 상황을 그 단어로 일컫는다.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공산당의 이른바 ‘집권(集權)’이 가속화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로써 기업가는 자칫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을 운명이다. 그 ‘거세’의 공포가 도지면서 혁신의 첨병이었던 민간 기업의 위축은 불가피해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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