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8] 중국에만 있는 애인 호칭
/일러스트=양진경
작은 양배추, 아기 코끼리, 오이, 막대 사탕, 여린 호박…. 이 모두는 세계 여러 나라 남성이 아내나 애인을 호칭할 때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정서를 작고 귀여우며, 어린 동식물이나 먹을 것에 견줘 부른 단어들이다.
옛 중국에서 자신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 비교적 소박하고 엄숙했던 모양이다. 비싼 가래나무에 비유해 재동(梓童)이라고 불렀던 기록이 있다. 보통은 제왕(帝王)이 자신의 아내를 일컬을 때 썼다고 한다. 졸형(拙荊)이라는 단어도 있다. 남에게 자신의 여인을 낮춰 부르는 일종의 겸칭(謙稱)이었다는 설명이다. 가난한 여성이 비녀로 사용했던 가시나무[荊]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달리 산형(山荊), 형실(荊室)이라고도 했다. 또는 아예 형처(荊妻)라고도 적는다.
내인(內人), 처자(妻子) 등의 호칭도 있지만 요즘은 노파(老婆)가 일반적이다. 아내를 포함해 정식 부부관계가 아닌 연인까지 지칭하는 중국어가 흥미를 끈다. 앞서 열거한 세계 각국 문화권의 호칭과 큰 차이는 없다. 달콤하다는 뜻의 첨(甛)이 자주 등장한다.
신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동원해 심간(心肝)이라고도 한다. 조금 징그럽기는 해도 ‘매우 소중하다’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배(寶貝)’라는 명칭에서는 문득 눈길이 멈춘다. 보물과 돈을 지칭하는 두 글자가 들어 있어서다.
중국인의 현실적 가치 지향은 다른 문화권에 비해서 매우 강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퍽 극성스럽다고 여겨지는 ‘황금’을 향한 열정을 감안하면 그렇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를 보물과 돈, ‘보배’로 부르는 것일까.
요즘 중국 지방의 한 관원이 단체 채팅방에서 몰래 사귀고 있던 부하 여성을 ‘보배’로 불렀다가 바로 조사를 당해 망신이다. 굵직한 뉴스에 자주 밀리지만, ‘보물과 돈’을 향한 중국 관료의 부패와 비리는 늘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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