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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조리병 혹사 논란

bindol 2021. 5. 31. 04:59

[만물상] 조리병 혹사 논란

김민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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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페이지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민철입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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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 취사 중인 조리병. /국방일보

 

요리 연구가이자 방송인이며 기업인으로도 이름난 백종원은 포병장교로 임관했지만 간부식당 관리장교로 전역했다. 부대 간부에게 내놓는 음식이 하도 입에 맞지 않아 “내가 해도 이것보단 잘하겠다”며 조리장교를 자원했다고 했다. 그는 조리병들을 제대로 가르치려고 직접 레시피를 연구하고 첫 보름 동안은 칼질을 매일 4~5시간씩 연습하기도 했다. 요리의 기본을 군대에서 배운 셈이다.

▶얼마 전 휴가 후 격리 장병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가 시끄럽더니 이제 조리병 혹사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사를 담당하는 병사들이 “우리도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한 육군훈련소 조리병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실태를 호소하기도 했다. 평소 휴가자를 빼면 12~14명 정도 조리병이 최대 3000인분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느라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했다.

▶과거엔 조리병을 취사병이라 불렀다. 그리 나쁜 보직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침과 저녁 점호를 면제받았다. 조리병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1년 내내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는 특혜도 누렸다. 휴일을 제대로 챙기지는 못했지만 그땐 병사 전체가 주말 휴식을 꿈꾸지 못했다. 밥 배식은 최고참이 맡았다. 밥이 모자라는 사고가 터지면 큰일이었다. ‘배식에 실패하면 영창’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깎아서 담아주다 마지막 소대가 오면 고봉밥을 준다고들 했다.

 

▶요즘 조리병은 조리학과나 식품영양학과 출신, 혹은 식당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신병 중에서 우선 선발한다. 부족한 인원은 3주 후반기 교육을 실시해 충원하고 있다. 대충 병사 50~60명당 조리병 한 명을 뽑는 꼴이다. 그래도 손이 달려 식수 인원 80명부터 민간조리원 1명을 추가로 두고 있다. 300명을 넘으면 민간조리원 수도 그에 맞춰 늘려간다. 수요일과 주말엔 햄버거 같은 반조리 음식을 제공하는 것도 신세대 병사의 입맛도 고려하고 조리병의 근무 여건을 배려하려는 뜻이 담겼다.

 

▶MZ 세대들은 군대에 와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엔 훈련소의 한 조교가 “조교가 훈련병들 눈치 보기 바쁜 군대”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병사 봉급 인상, 휴대폰 사용 허용 등을 치적처럼 자랑해온 정부 여당은 ‘이대남(이십대 남성)’ 병사들의 문제 제기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요구를 한없이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대책만 남발하면 불만을 잠재우기는커녕 더 크게 터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