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영호남당의 민낯
캐나다에는 퀘벡 지역에 기반을 둔 퀘벡당이 있다. 이 당은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프랑코폰의 지지를 업고 2012년 퀘벡주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을 눌렀다. 하지만 퀘벡 분리 독립 주장에 따른 경제적 역풍을 맞고 2019년엔 자유·보수당에 이어 제3당으로 내려앉았다. 독일의 기독사회당도 바이에른 지역에만 후보를 내는 완벽한 지역당이다. 기민당과 연정으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소수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호남당의 민낯
▶미국에서도 한때 정당의 지역주의가 극심했다. 남북 전쟁 이후 100년 가까이 남부에선 민주당이 아니면 당선이 불가능했다. 반면 북부는 공화당 차지였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미국 주요 기업들이 땅값과 인건비가 싼 남부 ‘선벨트’로 내려가면서 변화가 생겼다. 경제적 여유가 생긴 남부의 민심에 공화당이 파고들었다. 1980년 두 차례 대선에서 공화당이 남부 주를 석권했다. 90년대엔 거꾸로 북부 지역에서 민주당이 대약진했다. 10~20년 사이 상전벽해가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선거가 지역당 구조를 고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1987년 대선에선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 후보가 대구경북·부산경남·호남·충청을 분할하는 4분 구도가 나타났다. 1997년에는 호남과 충청이 지역적으로 결합한 ‘DJP 연합’이 생겼다. 이제는 한국 정치를 예측할 때 지역 구도는 제1의 변수가 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당원 여론조사 대상을 보니 영남 당원의 비율이 55%를 넘었다고 한다. 호남은 불과 0.8%에 그쳤다. 호남 비율이 너무 작아 뒤늦게 2%로 보정해 높였다고 한다. 영남은 인구 비율(전체의 24.9%)에 비해 2배 이상 많고, 호남(9.8%)은 5분의 1에 그쳤다. 당원 연령도 73%가 50대 이상이었고, 40대 이하는 27%에 그쳤다. 영남의 50대 이상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 것이다. 민주당도 다르지 않다. 당원 170만명 중 35%인 60만명이 호남이지만 숫자가 가장 많은 수도권 당원의 상당수가 호남 출신이다. 민주당 당내 경선이 호남에서 이기면 그것으로 승부가 끝나는 이유다.
▶이래선 후진적인 지역 대결 정치를 피하기 힘들다. 당 공천이나 정부 인사 때마다 지역 편중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지역이 번갈아 요직을 차지해 ‘부족국가냐’는 개탄도 나온다. 여야 어디도 이런 비정상적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과연 이번 국민의힘 경선에서 이런 고질적 구도를 깨는 이변이 나올까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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