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299] 화폐전쟁과 조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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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중국의 금융 전문가 쑹훙빙(宋鴻兵)이 쓴 ‘화폐전쟁’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다. 명리학 해설서인 ‘적천수(滴天髓)’ 이후로 최근에 중국인이 쓴 책 중에서 가장 잘 썼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아울러 왜 한국인은 뉴욕 월가에도 많이 근무하고 미국의 유수한 대학에 유학을 가서 경제학 공부도 많이 했는데 이런 책을 못 쓰는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좁은 땅에 태어나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간덩이가 작고 포부가 작아서 그런 것일까!
필자가 주목한 내용은 ‘조폐권(造幣權)’ 내지는 ‘화폐발행권’이었다. 이걸 누가 쥐고 있느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권력은 결국 ‘달라’를 발행하는 조폐권에 있다. 가상 화폐라고 하는 게 결국 사기인가, 아니면 21세기 새로운 시대의 화폐인 것인가. 미국이 조폐권을 가지고 있는 종이 지폐인 달러와 인터넷 상에 숫자로만 존재하는 가상 화폐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화폐전쟁이야말로 달러와 가상 화폐 간의 전쟁을 가리킨다. 돈을 누가 쥐느냐는 가장 치열한 싸움이다. 이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만약 가상 화폐가 승리하면 미국의 기축통화 파워는 사라질 것이다. 따지고 보면 달러도 가상 화폐로 볼 수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미국이 종이와 잉크만 가지고 몇조 달러씩 찍어내는 상태 아닌가. 몇조 달러씩 마음대로 찍어 내어 세계의 공산품과 농산품을 마구 사들일 수 있다. 이것도 사기의 일종이다. 달러 찍어내는 데에는 종이와 잉크도 필요 없다. 미국의 연준에서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숫자로만 찍어주면 된다. 화면에 숫자가 찍히면 이것이 현실에서 자동차도 사고 가방도 사고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는 돈이 된다. 가상 화폐와 무엇이 다른가. 달러도 가상 화폐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달러라는 똥 묻은 개가 가상 화폐라는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가상 화폐가 지폐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 중국도 타격을 입는다. 공산당의 중앙 통제권이 와해될 수 있다. 가상 화폐는 통제가 어려운 화폐이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면 정권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가상 화폐를 경계하면서도 다른 한쪽 문은 열어놓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세계의 패권은 무기, 문자, 화폐를 누가 지배하느냐에서 결정된다. 총, 균, 쇠는 유럽인이 잉카제국을 멸망시킨 3요소였다.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금융시대에는 무기, 문자, 화폐 중에서도 화폐권이 결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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