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민(氏-1)없을 무(火-8)믿을 신(人-7)아닐 불(一-3)설 립(立-0)
흔히 유가 사상은 덕성과 예법을 중시할 뿐 법률이나 형벌은 경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유가의 정치나 통치에서는 어짊과 올바름, 믿음 따위가 중요하지, 군사력이나 경제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경향도 있다. 공자가 "소인은 이끗에 밝다"고 말하고 맹자가 梁惠王(양혜왕)에게 "하필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라고 말한 뒤로 이익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흔히 생각한다. 이 모두 오해다. 공자나 맹자, 순자 그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論語(논어)' '顔淵(안연)'편에 다음의 대화가 나온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자공문정, 자왈: "족식, 족병, 민신지의."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삼자하선?" 왈: "거병." 자공왈: "필부득이이거, 어사이자하선?" 왈: "거식. 자고개유사. 민무신불립.")
자공이 정치에 대해 여쭈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먹을거리가 넉넉하고, 병력과 무기가 넉넉하고, 백성들이 믿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세 가지 가운데 무엇을 먼저 버릴까요?"
"병력과 무기를 버려라."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 두 가지 가운데 무엇을 먼저 버릴까요?"
"먹을거리를 버려라. 예부터 모든 사람은 죽었다. 그러나 백성들에게 믿음이 없으면 그 나라는 바로 서지 못한다."
대개 이 이야기를 들면서 공자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도외시하고 오로지 믿음만 중시한 것처럼 여기는데, 이는 심각한 誤讀(오독)이요 誤解(오해)다.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분명히 경제력과 군사력, 백성의 믿음 세 가지를 들었다.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나라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자공은 분명히 "어쩔 수 없이 꼭 버려야 한다면"이라고 전제하고 물었다. 공자가 백성의 믿음을 가장 중요하다고 한 것은 백성의 믿음 없이는 創業(창업)도 守成(수성)도 불가능하며, 거기에서 부국강병의 길이 열리고 또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백성의 믿음을 얻음으로써 가능해지는 것이 백성들과 가까워지는 것, 곧 친민이다. 그러나 백성들을 굶주림에 허덕이게 한다면, 과연 백성들과 가까워질까? 외적의 침입에 대응할 만한 군사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과연 백성들이 그 군주를 믿을까?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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