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 야(夕 - 5)다닐 행(行 - 0)가까이할 친(見 - 9)백성 민(氏 - 1)
왜 "백성을 가까이한다"는 親民(친민)을 말하는가? 백성의 마음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民心(민심)이 곧 天心(천심)이라 한 것처럼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야 天命(천명)을 얻은 것으로 인정되어 왕조나 정권의 정당성이 확보되기도 하지만, 또한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야 실질적으로 부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시대에는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백성의 수를 늘리는 일이었다.
백성이 많아지면 생산에 종사하는 인구도 많아지고 전쟁에 나가 싸울 군사도 많아진다. 한마디로 백성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서 富國(부국)과 强兵(강병)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을 가까이하는 일이 부국강병의 길로 나아가는 요체였고, 여전히 그러하다. 춘추시대에 齊(제)나라 桓公(환공)이 첫 번째 覇者(패자)가 된 것도 管仲(관중)이 백성을 가까이하는 일의 의미와 본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에게 어버이처럼 다가가면 백성들도 그를 가까이 여기며 사랑한다. 온화하고 도탑게 이끌고 실속 있게 베푼다면, 비록 '나는 백성들을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백성들이 가까이할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에게 원수처럼 다가가면 백성들도 그를 멀리한다. 얄팍하게 이끌고 실속 없이 베푼다면, 비록 '나는 백성들을 가까이한다'고 말하더라도 백성들은 그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가까운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말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한다. 현명한 군주는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을 가깝게 대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마음에 달렸다. 이른바 夜行(야행)이란 마음으로 몰래 하는 것이다. 마음 깊이 덕을 실행할 수 있으면, 천하에 그와 겨룰 자는 없다. 그러므로 '오직 마음으로 몰래 덕을 실행하는 자라야 차지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管子(관자)'의 '形勢解(형세해)'에 나오는 대목이다. 춘추시대에 활동한 관중도 이미 '친민'을 매우 중시하였다.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서는 결코 부강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백성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며, 또 드러내놓고 과시하듯이 덕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은근하게 덕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유가적 사유와 매우 통한다. 사실 덕을 과시하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이고, 나중에 眞心(진심)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도리어 백성이 등을 돌려버린다. 이는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간과하는 점이다.
고전학자
'정천구의 대학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 君舟民水 (0) | 2021.05.31 |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8> 民無信不立 (0) | 2021.05.31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6> 推己及人 (0) | 2021.05.31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5> 新民과 親民 (0) | 2021.05.31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 結草報恩 (0) | 2021.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