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룰 추(手 - 8)자기 기(己 - 0)미칠 급(又 - 2)다른 사람 인(人 - 0)
흔히 쓰는 兩親(양친), 親戚(친척), 親族(친족) 따위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본래 '親(친)'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 곧 피붙이나 살붙이에 대해 쓰는 용어였다. 친은 가까이로는 어버이를, 멀리로는 겨레붙이를 두루 이른다. 어버이를 비롯한 겨레붙이는 당연히 '나'와 가까우니 내가 자연스럽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피붙이나 살붙이를 가까이하는 것, 이것이 친의 본래 뜻이다. 그렇다면 '親民(친민)'은 백성을 내 어버이처럼 또는 내 형제처럼, 내 겨레붙이처럼 여기고 아낀다는 뜻이리라.
친민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이는 孟子(맹자)다. 맹자는 齊(제)나라에 가서 宣王(선왕)에게 王道(왕도)를 역설했다. 제나라처럼 강성한 나라가 왕도에 입각한 정치를 펼친다면, 천하는 그만큼 빨리 태평해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왕은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없어서 '할 수 없다'며 발뺌하려 했다. 이에 맹자는 왕도 정치가 太山(태산)을 옆구리에 끼고 北海(북해)를 건너뛰는 일처럼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를 꺾는 일처럼 '할 수 있는 것'이며, 그저 마음이 없어서 '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집의 늙은이를 높이는 그 마음이 남의 늙은이에게 이르고, 내 집의 아이를 아끼는 그 마음이 남의 아이에게 이른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詩經(시경)' '大雅(대아)'의 '思齊(사제)'에서 '내 아내에게 본보기가 되고 형과 아우에게 미치니, 집안과 나라가 다스려지네'라고 했는데, 이 마음을 들어 저기로 옮길 뿐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은혜를 미루어 넓히면 사해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은혜를 미루어 넓히지 않으면 처자도 편안하게 하지 못하니, 옛사람이 남들보다 크게 뛰어났던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자기가 할 줄 아는 일을 잘 미루어 넓혔을 뿐입니다."
맹자는 왕도 정치가 "이 마음을 들어 저기로 옮기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에게 있는 마음을 미루어 넓혀서 다른 이에게 미치게 하는 것을 推己及人(추기급인)이라 한다. 이 추기급인하는 마음이 바로 어진 마음인 仁(인)이고, 어진 마음으로 백성을 대하는 것이 親民(친민)이다.
이렇게 유가의 윤리는 친족 윤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모나 형제, 처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우선으로 한다. 여기에서 어버이에 대한 孝(효)와 형제간의 悌(제), 자식에 대한 慈愛(자애)의 덕목이 나왔다. 이는 유가의 윤리가 人之常情(인지상정)에서 출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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