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 君舟民水

bindol 2021. 5. 31. 17:58

임금 군(口-4) 배 주(舟-0) 백성 민(氏-1) 물 수(水-0)

 

齊(제)나라 景公(경공) 때, 눈이 사흘 내내 내리며 개지 않았다. 경공이 여우의 겨드랑이 털로 만든 갖옷을 입고 섬돌 위에 앉아 있었다. 晏子(안자)가 들어와 謁見(알현)하고 잠시 서 있는데, 경공이 말했다.

"괴이한 일이로다! 눈이 사흘 내내 내리는데도 춥지 않다니."

안자가 말했다.

"날씨가 춥지 않다는 말씀이신가요?"

경공이 겸연쩍게 웃자, 안자가 말했다.

"제가 들으니, 옛날의 현명한 군주는 자신이 배부를 때 백성이 굶주리는지 생각하고, 자신이 따뜻할 때 백성이 추위에 떠는지 생각하며, 자신이 편안할 때 백성이 힘든지 생각했다고 하는데, 지금 군주께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경공이 말했다.

"옳은 말이오! 과인은 그대의 말에 따르리다."

경공은 명을 내려 갖옷과 곡식을 창고에서 꺼내 춥거나 배고픈 자에게 나누어 주게 했다. 또 길에서 보이는 자에게는 고향을 묻지 않고 마을에서 보이는 자에게는 그 집을 묻지 않고 전국적으로 숫자가 얼마 되는지 헤아리면서도 그 이름을 묻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자에게는 두 달 치를, 병든 사람에게는 두 해 치를 나누어 주었다. '晏子春秋(안자춘추)'의 '諫上(간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안자는 곧 안영(晏嬰)으로, 춘추시대 제나라의 정치가다. 역사가 사마천이 "내 그를 위해 채찍을 드는 마부가 되어도 좋을 만큼 흠모한다"고 極讚(극찬)한 인물이다. 이 이야기에서도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나는데, 안영은 경공에게 "자신을 미루어서 남을 생각하는" '推己及人(추기급인)'을 넌지시 일깨워주고 있다.

군주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백성들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제 한 몸 편안함을 위해 권세를 누리려 한다면, 그 편안함은 한때에 그칠 뿐이다. 왜냐하면, 군주의 편안함은 결국 백성들의 노고 위에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성이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데, 어찌 군주의 편안함이 오래 가겠는가?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고, 정치의 근본은 백성의 안정된 생활이다. '순자'의 '왕제'에도 나온다.

"庶人安政, 然後君子安位. 傳曰: '君者, 舟也; 庶人者, 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此之謂也."(서인안정, 연후군자안위. 전왈: '군자, 주야; 서인자, 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 차지위야.)

"뭇 백성이 정치로 편안해진 뒤에야 군자는 그의 자리에서 편안해진다. 전하는 말에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뒤엎기도 한다'고 하였으니, 이를 이른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