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할 지(至-0)좋을 선(口-9)아닐 부(一-3)싸울 전(戈-12)
기원전 403년부터 시작되어 거의 200여 년 동안 지속된 戰國時代(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전쟁의 시대였다. 이미 춘추시대에도 전쟁은 잦았으니, 140여 개의 제후국이 전국시대 들어서 고작 20여 개만 남았다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전국시대에는 전쟁이 더욱더 잦아지고 규모도 훨씬 더 커져서 한 번의 전투로 수만 명 때로 수십만 명이 죽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數戰則士疲, 數勝則君驕. 驕君使疲民, 則危國. 至善, 不戰; 其次, 一之. 大勝者, 積衆勝, 而無非義者焉, 可以爲大勝. 大勝, 無不勝也."(삭전즉사피, 삭승즉군교. 교군사피민, 즉위국. 지선, 부전; 기차, 일지. 대승자, 적중승, 이무비의자언, 가이위대승. 대승, 무불승야)
"전쟁이 잦으면 군사들이 지치고, 승리가 잦으면 군주가 교만해진다. 교만한 군주가 지친 백성을 부리면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고, 그다음은 한 번 싸워서 이기는 것이다. 크나큰 승리란 여러 번 이긴 것을 모은 것이지만, 의롭지 않음이 없어야만 크나큰 승리라 할 수 있다. 크나큰 승리란 이기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管子(관자)'의 '幼官(유관)'에 나오는 한 대목인데, 孫子(손자)의 兵法(병법)을 군주의 통치술로 풀어간 것이다. 여기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至善(지선)이라 하였다.
잦은 전쟁은 그 자체로 백성을 死地(사지)로 내모는 일이다. 비록 승리를 거두었다 하더라도 승리한 쪽에서도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쟁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사상자는 더욱 많아진다. 백성이 없는 나라는 존속할 수가 없는데, 백성들이 전쟁으로 죽어간다면 그 나라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막대한 경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그 경비 또한 고스란히 백성들 몫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일 수밖에 없다.
'관자'에서는 또 승리에 도취되었을 때의 위험도 거론한다. 승리가 잦으면 군주가 교만해진다는 말이 그것이다. 이는 이미 예정된 것이기도 하다. 전쟁을 계속 일으키는 것은 영토 확장이라는 野慾(야욕)이나 貪欲(탐욕)이 있어서다. 자신의 야욕이나 탐욕을 위해 백성을 사지로 내모는 군주라면 仁德(인덕)을 갖추었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군주에게 승리를 자주 가져다주는 것은 그 야욕과 탐욕을 부채질하여 이미 지친 백성을 더욱더 부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의롭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바로 백성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에서 부득이하게 치르는 전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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