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될 충(心-4)미쁠 신(人-7)예 례(示-13)갈 지(丿-3)뿌리 본(木-1)어조사 야(乙-2)
'禮記(예기)'의 '禮器(예기)'편에 나온다.
"先王之立禮也, 有本有文. 忠信, 禮之本也; 義理, 禮之文也. 無本不立, 無文不行."(선왕지입례야, 유본유문. 충신, 예지본야; 의리, 예지문야. 무본불립, 무문불행.)
"선왕이 예의를 세울 때, 뿌리를 두고 무늬를 갖추었다. 참됨과 미쁨은 예의의 뿌리고, 알맞은 행동의 결은 예의의 무늬다. 뿌리가 없으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무늬가 없으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예의의 뿌리는 참됨과 미쁨이라 했다. 그러나 참됨과 미쁨만 예의의 뿌리가 아니다. 참됨과 미쁨은 모든 덕목을 대표하여 거론된 것일 뿐이다. 그러니 仁(인), 義(의), 敬(경), 愼(신), 信(신) 따위가 모두 예의의 뿌리다. 말하자면, 덕성이 곧 예의의 뿌리라는 뜻이다. 사실 덕성은 정치에서나 외교에서나 군사 문제에서나 두루 뿌리 구실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력으로 천하를 통일한 秦始皇(진시황)이 泰山(태산)을 비롯한 여러 산에 세운 비석에도 어짊과 올바름, 지혜를 강조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비석의 글들은 모두 승상인 李斯(이사)의 작품인데, 이사가 순자의 제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이한 일도 아니다.
'순자' '議兵(의병)'에 다음의 대화가 나온다.
이사가 스승인 순자에게 물었다.
"진나라는 4대에 걸쳐 싸움에 이겨 군사력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제후들 사이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어짊과 올바름으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편의대로 일을 처리했을 따름입니다."
순자가 대답했다.
"그건 네가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네가 말하는 편의란 참된 편의가 아닌 편의고, 내가 말한 어짊과 올바름이 크나큰 편의다. 저 어짊과 올바름은 정치를 잘 닦는 바탕이다. 정치가 잘 닦여지면 백성들이 그 임금을 가까이하고 그 군주를 좋아하며 그를 위해 기꺼이 죽는다. 그래서 '모든 일은 군주에게 있고, 장수는 우듬지가 되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진나라가 4대 동안 싸움에 이기기는 했지만, 늘 천하 제후들이 하나가 되어 자기를 짓밟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말세의 군대여서 뿌리가 되는 가닥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 탕왕이 폭군 걸을 내쫓은 것은 그를 쫓아서 鳴條(명조)까지 갔을 때가 아니고, 무왕이 폭군 주를 친 것은 갑자일 아침에 싸워서 이겼을 때가 아니다. 모두 전부터 평소에 정치를 닦을 때 이미 그렇게 된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어짊과 올바름의 군대다. 이제 너는 뿌리를 구하지 않고 우듬지를 찾고 있으니, 이것이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까닭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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