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갈 신(心-10)마칠 종(糸-5)같을 여(女-3)처음 시(女-5)
'事有終始(사유종시)'는 "온갖 일에는 마침과 처음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始終(시종)이라 하지 않고 終始(종시)라 했을까? 대부분 사람은 주로 시작을 먼저 말하고 끝이나 맺음, 마침은 나중에나 드물게 말한다. 더구나 "시작이 반이다"는 말을 곧잘 하지 않는가. 이렇듯 사람들은 시작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시작은 쉽게 하면서도 '끝맺고 마치는 일'은 소홀히 하거나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끝맺음이나 마침을 앞에 내세운 것이리라.
사람의 일이란 끝맺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가 죽기 전에는 늘 새로운 일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죽음이야말로 몸이 썩어가는 것 말고는 더는 자신에게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사태다. 살아 있는 한, 늘 무슨 일이 생기거나 또 무슨 일을 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그 자신이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해야만 하는 일,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그 시작을 스스로 한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이 잘 추스르고 제대로 매조져야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자신이 시작한 일이 아니라 해서 내버려 두었다가는 도리어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며, 심지어는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하므로 매조지거나 끝맺는 일, 곧 마침을 분명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管子(관자)'의 '正世(정세)'에서 "聖人者, 明於治亂之道, 習於人事之終始者也"(성인자, 명어치란지도, 습어인사지종시자야)라고 말했다. "성인이란 다스림과 어지러움의 도에 밝고, 인사의 마침과 처음에 익달한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일의 마침과 처음을 잘 아는 것은 성인의 자격이 될 정도로 중요하다. 꼭 성인을 지향하지 않더라도 마침과 처음의 이치를 터득하려 애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삶이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는 그 나라 모든 사람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숱한 일들을 꾀하므로 잘 매조지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이 점에서 '대학'이 마침과 처음을 말한 것은 탁월하다.
'순자' '議兵(의병)'에 나온다. "慮必先事而申之以敬. 愼終如始, 終始如一, 夫是之謂大吉."(려필선사이신지이경. 신종여시, 종시여일, 부시지위대길.) "반드시 일에 앞서 깊이 헤아려야 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거듭 생각해야 한다. 처음처럼 삼가며 마쳐서 마침과 처음이 한결같아야 한다. 이것을 크나큰 길함이라 한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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