晉獻公(진헌공)에게도 태자 申生(신생)을 멀리하려는 마음이 있음을 안 驪姬(여희)는 본격적으로 일을 꾸몄다. 여희는 신생에게 이렇게 알렸다.
"오늘 군주께서 돌아가신 그대의 생모 齊姜(제강, 제나라 환공의 딸이다)을 보았다 하셨소. 그대는 얼른 제사를 지내시오. 그리고 제사에 올린 술과 고기를 군주께 보내도록 하시오!"
신생은 곡옥으로 가서 제사 지내고, 제사 고기를 헌공에게 보냈다. 이때 헌공은 사냥을 나간 터였다. 여희는 술과 고기를 받아 그 속에 독을 넣었다. 헌공이 돌아오자, 신생을 불러 술과 고기를 바치게 했다. 헌공이 술로 땅에 고수레를 하자 땅이 갑자기 부풀어 올랐다. 신생은 황공하여 궁을 빠져나갔다. 헌공이 고기를 먹으려 하자, 여희가 말리며 고기를 개에게 던졌다. 개가 먹고 죽었다. 술을 어린 환관에게 먹이니, 그 역시 죽었다. 헌공은 좌우에 명을 내려 신생의 사부인 杜原款(두원관)을 죽이게 했다. 이 소식을 듣고 신생은 곡옥으로 도망쳤다.
어떤 사람이 태자에게 말했다.
"이는 태자의 죄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진나라를 떠나지 않습니까?"
신생이 대답했다. "안되오. 내가 떠나 죄를 해명한다면 반드시 그 죄가 군주에게 돌아갈 것이니, 이는 군주를 미워하는 짓이오. 아비의 잘못을 드러내면 제후들에게 비웃음을 살 텐데, 내가 어느 나라로 갈 수 있겠소?"
이윽고 신생은 곡옥의 宗廟(종묘)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여희는 헌공에게 重耳(중이)와 夷吾(이오)도 誣陷(무함)했다. "중이와 이오 두 공자도 신생이 군주를 해치려 한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헌공은 이 말을 믿고 사람을 시켜 중이와 이오를 죽이라 했다. 중이는 翟(적)나라로 도망갔고, 이오도 梁(양)나라로 달아났다. 여희는 다른 공자도 모두 없애게 하고 해제를 태자로 세우게 했다.
헌공 26년 9월, 헌공이 세상을 떠났다. 해제는 어렸고, 신생과 중이, 이오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해제를 죽이려 했다. 그 틈을 타 대부 里克(이극)과 丕鄭(비정)은 해제와 여희를 살해했다. 이렇게 하여 헌공의 편애는 여희와 그 자식의 비참한 죽음으로 결말을 맺었다. 한낱 평민의 집안에서도 자식을 편애하면 분란이 일어나는데, 하물며 나라와 백성을 책임져야 하는 군주가 편애하면서 신하의 諫言(간언)조차 듣지 않음에랴! 태자는 자살하고 현명한 공자들은 다른 나라로 달아나는 지경이 되었으니, 어찌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대부 이극과 비정이 저지른 짓도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어찌 그들만의 죄라 하겠는가?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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