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백 백(白-1)겨레 성(女-5)제후 공(八-2)갈 지(丿-3)뿌리 본(木-1)
'관자'의 '覇形(패형)'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환공이 멀리 기러기 두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탄식했다. 기러기는 날개가 있어 사방 어디라도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데, 자신은 뜻이 있어도 천하에 펼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곁에 있던 관중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환공이 다그쳤다. "어째서 대답이 없으시오?"
관중이 대답했다. "왕께서는 패왕의 대업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계시나, 저는 패왕의 신하가 아니어서 감히 대답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는 마음만 있다고 해서 패업을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왕이 그런 일을 이룰 만한 자격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환공은 패왕이 될 만한 수준에 있지 않다는 뜻을 넌지시 내비친 것이다. 말하자면, 관중은 군주라면 정치나 통치의 본질이 무엇인지, 패업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따위를 깊이 자각하고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환공이 물었다.
"仲父(중보, 관중을 높여 일컫는 말)는 어찌 그런 말을 하시오? 어찌 합당한 말로써 과인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는 것이오? 과인에게 중보가 있는 것은 마치 기러기에게 날개가 있는 것과 같고, 너른 강을 건너는 데 배가 있는 것과 같소. 중보가 한마디 말로써 과인을 일깨워주지 않는다면, 과인에게 귀가 있다고 한들 어떻게 다스리는 도를 듣고 깨달을 수 있겠소?"
관중이 대답했다. "왕께서 만일 패왕이 되어 대업을 이루려 하신다면, 반드시 뿌리가 되는 일부터 해야 합니다."
환공은 자세를 바꾸고 자리를 옮긴 뒤, 공손하게 물었다. "감히 묻겠소. 무엇이 그 뿌리요?"
관중의 대답은 이러했다. "齊國百姓, 公之本也. 人甚憂饑, 而稅斂重; 人甚懼死, 而刑政險; 人甚傷勞, 而上擧事不時. 公輕其稅斂, 則人不憂饑; 緩其刑政, 則人不懼死; 擧事以時, 則人不傷勞."(제국백성, 공지본야. 인심우기, 이세렴중; 인심구사, 이형정험; 인심상노, 이상거사불시. 공경기세렴, 즉인불우기; 완기형정, 즉인불구사; 거사이시, 즉인불상노)
"제나라의 백성이 군주의 뿌리입니다. 그런데 백성이 굶주림에 허덕이는데도 세금을 무겁게 거두고, 백성은 죽음을 두려워하는데도 형벌이 혹독하며, 백성이 지쳐 힘들어하는데도 위에서는 수시로 큰일을 일으켜 부역에 동원합니다. 군주께서 세금을 적게 거두면 백성이 굶주릴까 걱정하지 않고, 형벌을 느슨하게 하면 백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때맞게 일을 일으켜 동원하면 백성이 지치거나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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