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지(矢-3)갈 지(丿-3)지극할 지(至-0)
다음은 2-3이다.
"自天子以至於庶人, 壹是皆以修身爲本. 其本亂而末治者否矣. 其所厚者薄而其所薄者厚, 未之有也. 此謂知本, 此謂知之至也."(자천자이지어서인, 일시개이수신위본. 기본란이말치자부의. 기소후자박이기소박자후, 미지유야. 차위지본, 차위지지지야)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모두 몸을 닦는 것을 뿌리로 삼는다. 그 뿌리가 어지러운데도 그 우듬지가 다스려지는 일은 없다. 두터워야 할 데를 얄팍하게 하고, 얄팍하게 할 데를 두텁게 하는 일은 아직 없었다. 이것이 뿌리를 안다고 하는 것이고, 이것이 앎이 지극하다고 하는 것이다."
庶人(서인)은 도성에 사는 사람들로, 대체로 귀족층에서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하는 士人(사인)들을 가리킨다. 壹(일)은 오로지, 한결같이라는 뜻이다. 薄(박)은 엷다, 얇게 하다는 뜻이다.
천자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나랏일을 맡아 하는 계층이 먼저 해야 할 것으로 몸을 닦는 修身(수신)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뿌리이기는 하나 몸통은 결코 아니다. 뿌리가 없어서는 몸통도 없지만, 뿌리만 깊게 내리고 몸통이 없다면 이 또한 온전한 나무가 아니다. 따라서 몸을 닦는 일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만들기 위한 뿌리지 몸통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 뿌리가 어지러운데도 그 우듬지가 다스려지는 일은 없다"고 한 말이 그런 뜻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몸을 닦는 일이 사대부가 할 일의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면, 이는 '대학'의 본뜻을 심각하게 곡해하는 것이어서 통치술로 활용할 수 없다.
여기에서 구태여 몸을 닦는 일을 뿌리로 삼는다는 것과 그 뿌리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지극함'이라 말한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고대에 천자나 제후, 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백성을 지배하는 신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헤아리거나 고민할 필요를 그다지 느끼지 않았다. 몇몇 뛰어난 인물은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그 또한 스스로 철저하게 사유해서 깨달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거의 800여 년을 이어간 주 왕조에서 聖君(성군)은커녕 明君(명군)조차 드물었다는 사실,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제후 가운데 覇者(패자)로 불리거나 현명하다고 일컬어진 군주가 또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타고난 신분이 통치 계층에 속한다 해서 그 신분에 따른 책무를 저절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신분 질서 자체가 인위적인 것이니, 그 질서를 유지해나가는 일 또한 인위적인 노력을 더해야 가능하다. 수신을 정치와 통치의 뿌리라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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