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6> 知王道者

bindol 2021. 6. 4. 05:44

알 지(矢-3)임금 왕(王-0)길 도(辵-9)사람 자(-5)

 

서백의 일은 군주의 언행에 따라 그 신하들과 백성들의 마음과 행동거지도 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지만, 사실 서백처럼 어진 정치를 베풀고 현명한 선비들을 아끼는 군주는 매우 드물다. 어쩌면 그러하기 때문에 서백이 상 왕조를 멸망시킬 수 있는 토대를 닦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백이 토대를 잘 다져 놓았기 때문에 그 아들 무왕이 즉위한 지 11년만에 상 왕조를 정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무왕이 무력으로 폭군 紂王(주왕)의 군사를 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유자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치열한 전투 끝에 간신히 승리를 거둔 것 또한 사실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왔고 또 여전히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고 제후들을 이끌던 상 왕조를 무너뜨린 데에는 서백부터 계속된 어진 정치를 통해 얻은 천하 사람들의 신뢰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적어도 유자들은 그렇게 보고 확신했다.

'순자' '王制(왕제)'에 나온다. "閔王毁於五國, 桓公劫於魯莊, 無它故焉, 非其道而慮之以王也. 彼王者不然, 仁眇天下, 義眇天下, 威眇天下. 仁眇天下, 故天下莫不親也; 義眇天下, 故天下莫不貴也; 威眇天下, 故天下莫敢敵也. 以不敵之威, 輔服人之道, 故不戰而勝, 不攻而得, 甲兵不勞而天下服, 是知王道者也. 知此三具者, 欲王而王, 欲覇而覇, 欲彊而彊矣."(민왕훼어오국, 환공겁어노장, 무타고언, 비기도이려지이왕야. 피왕자불연, 인묘천하, 의묘천하, 위묘천하. 인묘천하, 고천하막불친야; 의묘천하, 고천하막불귀야; 위묘천하, 고천하막감적야. 이부적지위, 보복인지도, 고부전이승, 불공이득, 갑병불로이천하복, 시지왕도자야. 지차삼구자, 욕왕이왕, 욕패이패, 욕강이강의)

"제나라 민왕이 燕(연)·趙(조)·楚(초)·魏(위)·秦(진) 다섯 나라에 패하고, 환공이 노나라 莊公(장공)에게 겁박당한 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라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왕자가 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 왕자는 그렇게 하지 않으니, 어짊이 천하에 두루 미치고, 올바름이 천하에 두루 미치며, 위엄이 천하에 두루 미친다. 어짊이 천하에 두루 미치기 때문에 천하의 누구나 그를 가까이하려 하고, 올바름이 천하에 두루 미치기 때문에 천하의 누구나 그를 귀하게 여기며, 위엄이 천하에 미치기 때문에 천하의 누구도 감히 맞서지 못한다. 누구도 맞서지 못하는 위엄으로써 사람을 복종하게 하는 도리를 떠받치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도 이기고 공격하지 않고도 얻으며 군사를 힘들게 하지 않고도 천하를 복종시키니, 이것이 왕도를 아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잘 알고 갖춘 사람은 왕자가 되고 싶으면 왕자가 되고, 패자가 되고 싶으면 패자가 되며, 강자가 되고 싶으면 강자가 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