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울 화(艸-8)어조사 이(而-0)아닐 불(一-3)알맹이 실(宀-11)
순우곤은 참으로 절묘한 비유를 들어 군주를 일깨워주었다. 이는 순우곤이 지혜로운 사람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지혜가 곧 덕이다. 어찌 지혜가 없으면서 덕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만약 지혜가 모자라서 궁지에 몰리거나 위태로워진다면, 덕을 오롯하게 갖추지 못했다고 해야 마땅하다.
또 덕은 누구나 갖출 수 있다. 출신이 미천하든 그렇지 않든 상관이 없다. 오히려 신분이 높을수록 덕을 갖추는 데 소홀하기 쉽다. 不德(부덕)이나 무례를 덮어 가릴 만한 권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자의 권세는 결국 독이 된다. 이 또한 역사가 입증해주는 사실이다.
'국어'의 '晉語(진어)'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晉(진)나라의 대부 伯宗(백종)이 조회를 마친 뒤에 기쁜 낯빛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부인이 물었다. "당신에게 기쁜 빛이 가득하니, 무슨 까닭입니까?"
"내가 조정에서 말을 하자 모든 대부들이 나에게 '지혜가 陽子(양자)와 같다'고 했소."
그러자 부인이 말했다.
"양자는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가 없으며, 말만 일삼고 계책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 때문에 그 몸에 화가 미칠 것입니다. 당신이 어찌 기뻐할 일이겠습니까?"
백종이 말했다.
"내가 여러 대부들과 술을 마시면서 말을 나눌 테니, 당신이 한 번 들어보시오!"
술을 다 마신 뒤에 부인이 말했다.
"여러 대부들 가운데 당신만 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보다 위에 있는 사람을 오래도록 두고 보지 못하니, 반드시 당신에게 재난이 미칠 것입니다. 어찌 뛰어난 선비를 구해 우리 아들 州犁(주리)를 지켜주게 하지 않습니까?"
곧 畢陽(필양)이라는 뛰어난 인물을 얻었다. 이윽고 대부 欒弗忌(난불기)가 화를 입는 일이 일어나자 대부들이 백종을 해치려고 일을 꾸며서 죽였다. 그러자 필양이 백종의 아들을 데리고 초나라로 달아났다.
군자가 덕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도리에 합당하기 때문이지만, 아울러 그 자신의 삶을 떳떳하고도 온전하게 해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백종처럼 뜻밖의 재난을 당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덕은 바로 그러한 때에 충분한 방패막이 구실을 해준다. 덕에 머물면서 덕으로 맺은 인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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