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42> 犬兎之爭

- 개 견(犬-0)토끼 토(儿-5)갈 지(丿-3)다툴 쟁(爪-4)

 

순우곤은 중요한 때마다 간언을 하거나 적절한 계책을 내어 제나라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또는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하곤 했다. 威王(위왕) 8년의 일이다.

초나라가 군사를 크게 일으켜 제나라로 쳐들어왔다. 위왕은 순우곤에게 황금 100근, 사두마차 열 대를 예물로 가지고 조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게 했다. 그러자 순우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갓끈이 끊어질 정도로 크게 웃었다. 위왕이 물었다.

"선생은 이것이 적다고 생각하시오?"

"어찌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왜 웃는 것이오?"

"오늘 신이 동쪽에서 오는 길에 길가에서 풍작을 비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돼지 족발 하나와 술 한 잔을 손에 들고 이렇게 빌었습니다. '높은 밭에서는 광주리가 넘치도록, 낮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하도록,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 우리 집에 넘치도록 해주십시오.' 신은 그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처럼 적으면서 바라는 것이 그토록 큰 것을 보았기에 마침 그걸 생각하고 웃었습니다."

위왕은 황금 1000鎰(일), 白璧(백벽) 열 쌍, 사두마차 백 대로 예물을 늘려서 보냈다. 순우곤은 작별인사를 하고 조나라에 갔다. 조나라 왕은 그에게 정예병 10만 명과 전차 1000대를 내주었다. 초나라는 이 소식을 듣자 밤중에 군사를 이끌고 돌아갔다.

이 일에서도 그러하지만, 순우곤은 늘 군주 곁에 있으면서 적절한 비유와 재치 있는 우스개로 군주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었다.

제나라가 위나라를 치려고 할 때였다. 순우곤이 宣王(선왕)에게 말했다.

"韓盧(한로)는 천하에서 발이 가장 빠른 개고, 東郭逡(동곽준)은 천하에서 교활하기로 으뜸인 토끼입니다. 한로가 동곽준을 잡으려면 산을 세 번이나 돌고 다시 산을 다섯 번이나 오르내려야 합니다. 토끼는 앞에서 달아나느라 힘이 다하고, 개는 뒤에서 쫓느라 쓰러질 지경이 됩니다. 결국 개와 토끼가 함께 지쳐서 둘 다 그 자리에서 죽게 되면, 늙은 농부가 둘을 다 얻습니다. 애쓰거나 힘들이는 일도 없이 그 공을 독차지하는 것입니다. 이제 제나라와 위나라가 오랫동안 대치하여 서로 병사들이 쓰러질 지경이고 백성들도 지쳤습니다. 저는 강성한 秦(진)나라와 대국인 楚(초)나라가 제·위 두 나라가 지친 틈을 타서 늙은 농부처럼 공을 가로채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에 제나라 왕은 두려운 마음에 장병들을 물리고 휴식을 취하게 했다. 이 이야기에서 '犬兎之爭(견토지쟁)'과 '田父之功(전부지공)'이라는 성어가 나왔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