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쓸 로(力-10)어조사 이(而-0)없을 무(火-8)성금 공(力-3)
궁지기는 군주가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아 멸망의 때가 가까웠음을 알고는 처자식을 거느리고 훌쩍 떠났으니, 참되고 미쁜 아비였다. 머물 때에 머물렀다가 머물 때가 아닌 줄 알고서 미련 없이 떠난 것은 군주와 달리 욕심은 없고 지혜가 있었음을 뜻한다.
'관자' '形勢解(형세해)'에 나온다. "與不肖者擧事, 則事敗; 使于人之所不能爲, 則令廢; 告狂惑之人, 則身害. 故曰: '與不可, 强不能, 告不知, 謂之勞而無功.'"(여불초자거사, 즉사패; 사우인지소불능위, 즉령폐; 고광혹지인, 즉신해. 고왈: '여불가, 강불능, 고부지, 위지노이무공')
"못난 자와 큰일을 일으키면 일을 그르치고, 그가 할 수 없는 일을 시키면 명령이 못쓰게 되고, 경솔하고 의심 많은 사람에게 일러주면 제 몸이 해를 입는다. 그러므로 '함께할 수 없는 사람과 함께하거나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억지로 시키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러주면 고생만 하고 아무런 보람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형세를 알기란 참으로 어렵다. 앞서 말했듯 형세는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때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때와 곳에서 일마다 판단하고 선택하며 행동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어우러져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자연 현상까지 이런 형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어찌 알기 쉽겠는가? 그 형세를 알았다 한들, 그 형세에 따라 알맞게 처신하는 일이 또한 쉽겠는가? 궁지기처럼 평소에 쌓은 덕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지 않겠는가?
7-2(제135회)에서는 군주와 신하, 자식과 아비 등이 머물 곳으로 어짊, 지극함, 효성, 자애로움 따위를 말했다. 또 널리 사람과 사귈 때에는 미쁨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이는 곧 사람이면 누구나 머물 곳이 덕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군자가 소인배의 참소를 입어 위태로워지거나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非一非再(비일비재)하다. 소인배는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군자라면 상상하지도 못할 갖가지 기이한 꾀를 고안해 낸다. 반면에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군자의 말과 행동은 누구나 뻔히 알 수 있으므로 옭아매기도 쉽다. 이러하므로 소인배가 작심하고 덤벼들면 대부분 군자는 당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보자. 군자라서 소인배의 농간에 놀아나거나 올가미에 걸려드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참된 군자라면 소인배의 술수에 걸려들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도대체 군자란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군자가 갖추는 덕이란 어떤 것이며 무슨 효용이 있는 것일까?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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