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80> 剛而自矜

bindol 2021. 6. 5. 05:28

- 굳셀 강(-8)어조사 이(而-0)스스로 자(自-0)뽐낼 긍(矛-4)

 

앞서 제시한 ‘장교린’의 글은 이런 뜻이다.

“장수는 교만해서는 안 된다. 교만하면 예의를 잃게 되고, 예의를 잃으면 사람들 마음이 떠난다. 사람들 마음이 떠나면 민중이 반란을 일으킨다. 또 장수는 인색해서는 안 된다. 인색하면 포상을 제대로 하지 않고, 포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으며, 병사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군대가 공을 세우지 못한다. 군대가 공을 세우지 못하면 나라가 허약해지고, 나라가 허약해지면 상대적으로 적이 강해진다. 그래서 공자가 말했다. ‘주공처럼 빼어난 재주와 미덕이 있더라도 교만하고 또 인색하면, 설령 다른 장점이 있더라도 평가할 게 없다.’”

유비·관우와 도원결의를 맺었던 張飛(장비) 또한 그 위풍과 용맹함은 관우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 그도 허망하게 죽었다. 유비가 오나라를 토벌할 때, 장비도 병사들을 이끌고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나 부하 장수인 張達(장달)과 范疆(범강)이 장비를 죽이고 그 목을 갖고 손권에게 달려갔다. 장비는 그야말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죽었다.

‘삼국지’의 저자 陳壽(진수)는 관우와 장비를 이렇게 평했다. “關羽·張飛, 皆稱萬人之敵, 爲世虎臣. 羽報效曹公, 飛義釋嚴顔, 並有國士之風. 然羽剛而自矜, 飛暴而無恩, 以短取敗, 理數之常也”(관우·장비, 개칭만인지적, 위세호신. 우보효조공, 비의석엄안, 병유국사지풍. 연우강이자긍, 비포이무은, 이단취패, 리수지상야) “관우와 장비는 모두 1만 명을 상대할 만한 당대의 범 같은 신하다. 관우는 조조에게 보답했고, 장비는 대의로써 엄안을 풀어주었으니, 이들은 모두 국사의 풍모를 지녔다. 그러나 관우는 굳세지만 스스로 교만했고, 장비는 사나우면서 은혜롭지 못했는데, 바로 그 단점 때문에 허망한 패배를 겪었으니 이는 이치상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 모두 오만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있었고, 자신들을 과신하여 경계하는 데 게을렀던 것이다. 누구도 화를 自招(자초)한다고 여기지 않겠지만, 치우침이 심하면 재앙은 밤손님처럼 슬그머니 다가와 벼락처럼 자신을 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