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82> 莫知其子之惡

bindol 2021. 6. 5. 05:32

- 없을 막(艸-7)알 지(矢-3)그 기(八-6)아들 자(子-0)갈 지(丿-3)나쁠 악(心-8)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재판을 담당한 판사에 대해 비난과 비판이 거세다. 그 자신은 공명정대하게 했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을 믿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면 왜 판사 자신은 이렇게 비난을 자초할 판결을 내리게 되었을까? 그의 속내와 그 동기 따위를 다 알 수는 없으나, 그를 치우치게 만든 무언가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앞서 든 순자의 글 가운데 일부를 끌어와서 말하자면, “용감한데도 도리나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욕심이나 탐욕으로 말미암아 치우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공정하게 법을 판결해야 할 판사가 이토록 논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아무리 사람은 감정이나 마음에 휘둘리는 존재라고 하지만, 법의 판결과 집행 따위 공적인 일을 맡은 이는 다른 누구보다 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 앞의 평등’도 ‘정의’도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이는 결국 그 사회, 그 공동체, 그 나라의 근간을 뒤흔든다.

다음은 10-2다. “故諺有之曰: ‘人莫知其子之惡, 莫知其苗之碩.’ 此謂身不修不可以齊其家.”(고언유지왈: ‘인막지기자지악, 막지기묘지석.’ 차위신불수불가이제기가)

“그러므로 속담에 ‘사람들은 자식의 나쁜 점을 알지 못하고, 싹이 크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몸을 닦지 않으면 집안을 가지런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른다.”

諺(언)은 상말, 속담을 뜻한다. 惡(악)은 나쁘다, 나쁜 점을 뜻한다. 苗(묘)는 싹이다. 碩(석)은 大(대)와 같고, 크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 피붙이를 가장 아끼고 사랑한다. 특히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깊고도 질기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상하게 여긴다. 그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또 맹목적인 사랑이라고 하면, 대개 어미가 자식에게 갖는 사랑을 이른다. 자신의 몸속에서 열 달 동안 키워 産苦(산고)를 겪으면서 간신히 낳았을 뿐만 아니라 몸소 젖을 물려서 키운 존재이니, 당연하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