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89> 其行之也不疑

bindol 2021. 6. 5. 05:41

- 그 기(八-6) 행할 행(行-0) 갈 지(丿-3) 어조사 야(乙-2) 아닐 불(一-3) 망설일 의(疋-9)

 

또 조괄은 평소에 병법에 대해 자부하고 있었으므로 하루아침에 장군이 되어도 당연한 듯이 여겼으며, 그 책무를 전혀 무겁게 여기지 않았다. 자부하는 마음이 크고 책무를 중하게 여기지 않은 조괄이었으니 오래도록 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의 조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 장수가 교체된 경우이니, 그렇다면 이왕에 쓰고 있던 전략이나 전술, 편제 따위는 가벼이 여겼을 것도 당연하다. 실제로 염파를 대신하자마자 한 일이 군령을 바꾸고 관리들을 교체하는 일이었다. 사실 군령이나 관리는 함부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갑작스런 변경이나 교체는 군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며, 새로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조괄이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은 군대 내의 관리들과 병사들을 다독이고 그 신뢰를 얻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미 실행하고 있는 전략과 전술은 무엇이며, 어떻게 편제되어 있는지를 또한 파악하는 일이었다. 아울러 진나라에서는 누가 장수인지, 그 위세와 편제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해야 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병법가로서 자부하는 마음이 커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조괄은 병법에 정통했다는 자부심에 교만과 자만이라는 치우친 마음을 지녔다. 반면 그 모친은 치우친 마음 없이 엄정하고도 공정했다. 이는 그 모친에게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음을 의미하는가? 그렇지 않다. 자애로운 마음이 있었으나, 맹목적이지 않았을 따름이다. 맹목적이지 않았으므로 자식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다. ‘한비자’ ‘解老(해로)’에 다음 글이 나온다.

“愛子者慈於子, 重生者慈於身, 貴功者慈於事. 慈母之於弱子也, 務致其福; 務致其福, 則事除其禍; 事除其禍, 則思慮熟; 思慮熟, 則得事理; 得事理, 則必成功; 必成功, 則其行之也不疑; 不疑之謂勇.”(애자자자어자, 중생자자어신, 귀공자자어사. 자모지어약자야, 무치기복; 무치기복, 즉사제기화; 사제기화, 즉사려숙; 사려숙, 즉득사리; 득사리, 즉필성공; 필성공, 즉기행지야불의; 불의지위용)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