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4> 孝弟慈

bindol 2021. 6. 5. 05:46

- 효도 효(子-4) 깍뜻할 제(弓-4) 사랑할 자(心-9)

 

유가 사상은 가족주의를 바탕으로 정치와 사회, 제도와 이념을 이야기한다. 이 가족주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엄격한 상하의 구분과 父系(부계)를 중심으로 한 血統(혈통)이나 血緣(혈연)을 바탕으로 한다. 비록 부모와 자식이 핏줄로 이어지고 또 집안 또한 혈연으로 이루어지지만, 가족이란 결코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작위적이고 관습적인 구성체가 가족이고 집안이다.

혼인을 통해 두 남녀가 가정을 이루는 일부터 먼저 생각해보라. “혼인은 단지 두 남녀의 결합이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이다”라는 관념이 오래도록 지배했는데, 혼인은 생물학적인 결합이기보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결합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지체나 체통, 가풍 따위를 운운하는 것도 그런 인식의 표현이다. 딸보다 아들을 더 중시한 것도 관습과 문화에 따른 것이다.

다른 동물이나 생물들과 견주어 보더라도 인간의 가족은 문화적인 속성을 짙게 띤다. 이 가족이 확장되어 집안이나 가문을 이루고 마을을 이루며 나아가 한 나라와 천하를 이룬다.

儒者(유자)들은 이런 관계와 특성을 잘 알았고, 가족과 집안을 마을이나 나라, 천하의 축소판으로 간주했다. 집안을 잡도리하는 齊家(제가)와 나라를 다스리는 治國(치국)을 하나로 묶어 다루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사실 혈통이나 혈연 위에서 이루어지는 가족이나 집안이라도 저절로 화목해지지 않고 오히려 갖가지 사달이 끊임없이 일어나서 거의 모든 괴로움과 걱정의 원천이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왜 그토록 가족 윤리를 강조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개의 사달은 감정을 앞세우고 합리적인 사고나 이성을 활용하지 않은 탓이다.

11-1(193회)에서 말한 孝(효)와 弟(제), 慈(자) 곧 효도와 깍듯함, 자애 따위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사고하고 행동해야만 가족이나 집안의 화목과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발상의 결과물들이다. 이런 가족 윤리를 확충해서 사회 윤리와 통치 원리를 마련하려 한 것이 대학의 졸가리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