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95> 家族이 怨讐

bindol 2021. 6. 5. 05:47

집 가(- 7)겨레 족(方 - 7)응등그러질 원(心 - 5)원수 수(言 - 16)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는 집안사람에게 효도나 깍듯함, 자애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집을 나서서 활동하거나 공적인 일을 맡았을 때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람과 어떻게 사이가 틀어지지 않고 어우러질 수 있을까? 가족과는 서먹해도 남들과는 잘 지낼 수 있다든지 집안일은 버려둔 채 바깥에서는 일을 꾀해 잘 해낼 수 있다든지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은 허튼소리다.

효도나 깍듯함, 자애 따위의 마음이 모자라거나 없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의기투합해서 잘 지내며 함께 일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누군가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일 공산이 크다. 아니면, 서로 그런 不德(부덕)을 알면서도 들추지 않고 지내는 것일 뿐이리라. 그러다 잇속 계산이 서로 틀어지는 날이 오면, 감추고 있던 부덕이 그대로 드러나서 헐뜯고 다투다 결국 응등그러져서 怏心(앙심)을 품기에 이른다.

선비가 평생을 處士(처사)로서 또는 隱士(은사)로서 살겠다면 모르겠으나, 벼슬길에 나아가 자신의 뜻을 펴려고 한다면 반드시 군자의 삶을 살면서 집안을 잘 잡도리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10여 년 동안 국무위원 후보로 낙점된 이들이 청문회에서 겪는 괴로움을 한 번 보라! 갑작스레 발탁돼 그 행적과 처신이 낱낱이 공개되면서 남이 보아도 딱하게 여겨질 풍경이 연출되고 있지 않은가. 분명히 그런 자리에 대한 욕심이 많았고 오래도록 그에 걸맞은 경력과 공적을 쌓아 왔다고 자부하는 듯한데, 정작 청문회장에서는 청천벽력(靑天霹靂)을 맞은 것처럼 당혹스러워한다. 특히 본인보다 가족의 언행이 불거지면, 가족이 원수처럼 다가오리라. 그러나 그 모두 자신을, 가족과 집안사람들을 평소에 잡도리하지 않은 탓이다.

다행히 자신은 반듯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가족이나 집안을 오롯하게 잡도리하지 못했다면, 그 또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전에 없던 권세와 위세를 누리다 보면, 가장 가까이 있는 부인과 자식들, 나아가 집안사람들까지 들뜬다. 심하면 촌수조차 알 수 없는 집안사람이 과시하며 떠들고 다닌다. 권세나 위세에 마음이 흔들리고 처신이 달라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두려워하며 늘 대비해야 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