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을 문(口-8) 배울 학(子-13)
배움에서 물음을 던지는 것은 특히 중요하고 긴요하다. 물음이란 고정관념이나 통념,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지 않음을, 열린 마음으로 인간과 세상을 보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中庸(중용)’에서도 “君子尊德性而道問學”(군자존덕성이도문학) 즉 “군자는 덕과 본바탕을 우러러보며 묻고 배우는 길을 간다”고 말했다. 덕과 본바탕을 우러러본다는 것은 내면에 있는 크나큰 잠재력 또는 무한한 가능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믿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잠재력을 어떻게 일깨우고 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問學(문학) 곧 묻고 배우는 길을 가는 것이다. 한 개인이 제 삶을 넓히고 깊이와 높이를 갖추기 위해서도 물음을 던지며 배워야 할진대, 집안을 잡도리하고 나랏일을 맡아 하려는 이라면 더욱더 그러해야 하지 않겠는가?
‘논어’ ‘子張(자장)’편에서 子夏(자하)는 “仕而優則學, 學而優則仕”(사이우즉학, 학이우즉사)라고 했다. “벼슬살이하면서 남음이 있으면 배우고, 배우면서 남음이 있으면 벼슬한다”는 뜻이다. 군자는 틈만 나면 배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인데, 일부러 틈을 내서라도 배워야 한다. 만약 배우지 않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돌이켜보지 않고 또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음을 의미한다. 의문을 갖지 않는 삶이 죽음보다 나을까? 이는 군주에게도 그대로 해당된다. 일개 선비도 배움을 그치지 말아야 하는데, 하물며 나라와 백성을 책임진 군주가 어찌 배움을 멈출 수 있겠는가. 군주가 스스로 부족함을 알지 못하고 덕성을 함양하거나 경륜을 쌓는 일에 게으르다면, 결국 옥좌는 위태로워지고 왕실조차 기울게 될 것이다.
춘추시대 중기부터 노나라는 三桓氏(삼환씨)가 권력을 쥐면서 군주 자리도 좌지우지했다. 삼환씨는 桓公(환공, 기원전 711∼694 재위)의 후손들로, 孟孫氏(맹손씨)·叔孫氏(숙손씨)·季孫氏(계손씨) 세 집안을 가리킨다. 삼환씨의 전횡은 昭公(소공) 때 정점에 이르렀다. 소공 5년(기원전 537) 中軍(중군)을 폐지하여 公室(공실) 곧 소공의 군사를 넷으로 나누더니 계손씨가 4분의 2를 차지하고 숙손씨와 맹손씨는 4분의 1씩 차지했다. 이로써 징병과 징세까지 삼환씨 손에 들어갔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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