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일(一-0) 나라 국(口-8) 일으킬 흥(臼-9) 넘겨줄 양(言-17)
이렇듯이 군주의 자리는 영원히 보장된 자리가 아니다. 세습 군주라도 덕성을 길러서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펴야만 그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 백성들은 자신들을 위해 바른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 자신들을 소홀히 하거나 버린 군주는 더는 군주가 아니므로 그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이는 갓난아이와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갓난아이를 지키듯이 하라”고 말한 것이다. 백성을 갓난아이처럼 여기고 지킬 줄 아는 마음이 곧 통치자의 덕이다.
다음은 11-3이다. “一家仁, 一國興仁; 一家讓, 一國興讓; 一人貪戾, 一國作亂, 其機如此. 此謂一言僨事, 一人定國.”(일가인, 일국흥인; 일가양, 일국흥양; 일인탐려, 일국작란, 기기여차. 차위일언분사, 일인정국)
“한 집안이 어질면 온 나라가 어짊을 일으키고, 한 집안이 사양하면 온 나라가 사양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한 사람이 탐욕을 부리고 어그러지면 온 나라에서 난리가 일어나니, 그 작동 원리가 이와 같다. ‘한마디 말이 일을 그르치고,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시킨다’는 것이다.”
讓(양)은 좋은 것을 남에게 넘겨주다, 미룬다는 뜻이다. 貪(탐)은 감빨다, 이익을 탐낸다는 뜻이다. 戾(려)는 어그러지다, 도리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機(기)는 베틀처럼 일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원리를 뜻하는데, 흔히 말하는 메커니즘 또는 體制(체제)를 가리킨다. 僨(분)은 넘어지다, 그르친다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가(一家)’ 곧 ‘한 집안’은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함의가 달라진다. 周(주) 왕조 시대라 한다면, 왕실도 되고 제후들 집안인 公室(공실)도 되고 왕실과 공실을 보좌하거나 보필하는 卿大夫(경대부)의 집안이 될 수도 있다. ‘대학’을 정치 교과서라 한다면 이들 모두 해당되고, 통치 교과서라고 한다면 왕실과 공실이 해당된다. ‘치국평천하’를 생각하면 마땅히 후자가 된다. 그럼에도 경대부의 집안도 무시할 수 없다. 왕실이나 공실과 한 핏줄이거나 커다란 공적을 쌓은 덕분에 대대로 권세를 누린 집안이 경대부 집안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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