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06> 一言僨事

bindol 2021. 6. 6. 04:16

- 한 일(一-0)말씀 언(言-0)그르칠 분(僨-12)일 사(事-7)

 

사조가 부른 노래의 뜻은 이러하다. “저들은 어떤 자들인가? 황하 가에 살면서/ 힘도 용기도 없으면서 소란만 일으킨다네./ 종기 나고 발도 부었으니, 무슨 용기 있으랴?/ 요리조리 잔꾀 부리니, 너의 무리 몇몇이냐?”

헌공의 뜻을 알아차린 손괴가 부친 손문자에게 이를 알리자, 손문자가 말했다.

“군주는 우리를 싫어한다. 내가 먼저 수를 쓰지 않으면 나는 틀림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다.”

손문자는 집안사람들을 모두 척 땅으로 불러 모아서 군사를 일으켜 도성으로 쳐들어갔다. 놀란 헌공은 자신의 세 아들을 보내 손문자와 화해의 맹약을 맺게 했으나, 손문자는 이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헌공은 鄄(견) 땅으로 달아나서는 다시 사람을 보내 화해를 요청했는데, 손문자는 그 사람마저 죽였다. 이에 헌공은 제나라로 달아났고, 손문자는 그 뒤를 쫓아가 헌공을 따르던 무리를 쳐부수었다. 헌공은 간신히 제나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헌공은 重臣(중신)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약속을 저버린 것도 문제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도 문제다. 나아가 연회에서 <교언>이라는 노래로써 더욱더 치욕스럽게 했을 뿐 아니라 격렬한 반감도 갖게 했다.

<교언>은 본래 올바른 선비가 참언을 일삼는 소인배를 비난하는 노래다. 헌공은 이 노래를 통해 자신은 올바른 군주인데 손문자가 참언을 일삼으며 분란을 일으키는 간신인 것처럼 비꼬았다. 이러니 손문자가 격분하여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이 “한마디 말이 일을 그르친다”는 一言僨事(일언분사)다.

만약 손문자와 영혜자를 제거할 심산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지위와 세력을 감안하여 화해하거나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내쳤어야 한다. 만약 제거할 심산이 있었다면, 제 속내를 숨기고 은밀하고도 치밀하게 일을 추진하여 단박에 처리했어야 한다.

그들의 권세도 나름 막강했기 때문에 섣불리 상대했다가는 도리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 속내는 속내대로 다 드러내며 모욕하고 또 위기감까지 부추겼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