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느릴 솔(玄 - 6)앞설 선(儿- 4)드리울 수(土 - 5)본 범(竹 - 9)
공보문백의 모친은 또 이렇게 말했다.
“제후는 아침에는 천자가 내린 명을 처리하고, 낮에는 자신의 나랏일을 헤아리고, 저녁에는 법령이 제대로 실행되었는지 살피고, 밤에는 백관을 일깨워 나태해지지 않도록 하니, 그런 뒤에야 쉬었다. 경대부는 아침에는 제 직무를 수행하고, 낮에는 갖가지 정무를 익히고, 저녁에는 자신이 한 업무를 검토하고, 밤에는 집안일을 처리하니, 그런 뒤에야 쉬었다. … 이제 나는 과부고 너는 낮은 자리에 있으니,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면서도 선조의 사업을 잊을까 걱정스럽다. 하물며 나태해진다면, 어찌 죄를 피할 수 있겠느냐. 나는 네가 아침저녁으로 ‘선조들의 사업을 헐지 마십시오’라고 일깨워주기를 바랐는데, 이제 너는 ‘어찌 쉬지 않으십니까’라고 말하는구나. 이런 생각으로 군주의 관리 노릇을 하고 있으니, 나는 제사가 끊길까 두렵다.”
이 말을 전해 듣고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자들아, 잘 새겨두어라. 계씨 집안의 부인은 안일하지 않느니라.”
공보문백의 모친은 이른바 정치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率先垂範(솔선수범)의 전형을 보여줬다. 이는 남편인 공보문백의 부친과 그 형제들, 더 올라가 시부모를 통해 보고 배우며 익힌 덕으로 말미암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대대로 집안을 가지런히 해왔기 때문에 후손들 가운데 자칫 모자란 사람이나 곁길로 빠지려는 사람이 있더라도 얼른 일깨워서 바로잡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계손씨를 비롯한 여러 대부 가문이 덕을 닦아서 백성들에게 은택을 베푸는 정치를 하려고 아무리 애써도 군주가 부덕하고 무능하다면, 그 나라 운명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군주와 신하들이 협동해야만 정치가 바로 서고 백성의 삶도 윤택해지기 때문이다. 신하들이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지녔더라도 군주가 맹탕이거나 우둔하다면 올바른 통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집안에 무능한 가장이 있는 것과 같다. 군주와 신하는 집안에서 가장과 부인 또는 부모와 자식 사이와 비슷하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데에 있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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