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21> 鰥寡孤獨

bindol 2021. 6. 6. 04:36

홀아비 환(魚-10) 홀어미 과(宀-11) 홀로 고(子-5) 홀로 독(犬-13)

 

그런데 12-1(220회)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 곧 정치에서 중요한 것으로 老老(노노)와 長長(장장), 恤孤(휼고) 따위를 들었다. 늙은이를 늙은이로 대하는 것, 어른을 어른으로 대하는 것, 고아를 딱하게 여기는 것으로 풀이되는 이 세 가지는 효도나 깍듯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예의를 강조한 것이 아니다. 자칫 소외당할 수 있는 곤궁한 백성을 잊지 말라는 것, 시쳇말로 복지정책을 잘 세우고 실행하여 그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 속뜻이다. 이렇게 곤궁한 백성을 보살피는 데서 진정한 정치의 길, 곧 王道(왕도)가 시작된다.

‘맹자’ ‘梁惠王下(양혜왕하)’에 나온다.

“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노이무처왈환, 노이무부왈과, 노이무자왈독, 유이무부왈고. 차사자천하지궁민이무고자. 문왕발정시인, 필선사사자)

“늙어서 아내가 없는 이를 홀아비라 하고, 늙어서 지아비가 없는 이를 홀어미라 하며, 늙어서 자식이 없는 이를 홀몸이라 하고, 어려서 어버이가 없는 이를 고아라 한다. 이 네 부류는 천하에서 가장 궁색한 백성으로 어디 알릴 데가 없다. 문왕은 정치를 행하고 어짊을 베풀 때 반드시 이 네 부류를 먼저 챙겼다.”

맹자가 이런 주장을 한 때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전국시대다. 제후마다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서 백성들을 끊임없이 전쟁에 동원했다. 청년과 장년들은 전쟁터에서 죽어갔고, 아녀자들과 늙은이들, 늘어나는 고아들은 고향에서 굶주리며 허덕였다. 비록 부국강병의 계책을 제대로 실행하더라도 전쟁을 그치지 않는 한, 곤궁한 백성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이런 백성들을 슬퍼하고 가엾어 하는 마음이 어짊의 실마리인 惻隱之心(측은지심)이다. 그런 마음으로 하는 정치가 왕도 정치다.

그런데 맹자는 왕도 정치를 주창했으나,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했을 뿐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자세하게 들려주지 않았다. 왕도 정치에 뜻을 둔 군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