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9> 百里傒

bindol 2021. 6. 7. 05:43

- 일백 백(白-1)마을 리(里-0)묶을 혜(人-10)

 

秦穆公(진목공) 5년(기원전 655년)의 일이다. 晉(진)나라 헌공이 우나라와 괵나라를 멸망시키고 우나라의 군주와 百里傒(백리혜)를 포로로 잡았다. 헌공은 딸을 목공에게 시집보내면서 백리혜를 종으로 딸려 보냈다. 도중에 백리혜는 도망갔으나 초나라 사람에게 붙잡혔다. 백리혜가 현명하다는 말을 들은 목공은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데려오고 싶었으나, 혹시 초나라 사람이 내주지 않을까 하여 “내 媵臣(잉신)인 백리혜가 거기에 있는데, 검정 숫양 가죽 다섯 장으로 값을 치르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윽고 초나라 사람이 이를 받아들여 백리혜를 내주었다. 이때 백리혜는 이미 일흔이 넘은 노인이었다.

목공은 백리혜를 감옥에서 풀어주고는 그와 함께 국사를 이야기하려 했다. 백리혜는 사양하며 말했다. “신은 망한 나라의 신하인데, 어찌 저에게 물으십니까?”

목공이 말했다. “우나라 군주가 그대를 쓰지 않아서 망한 것이니, 그대 죄가 아니오.”

그러면서 굳이 질문하여 사흘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공은 매우 기뻐하며 그에게 국정을 맡기고 五羖大夫(오고대부· 검정 숫양 가죽 다섯 장으로 얻은 대부)라 부르려 했다. 백리혜는 사양하며 말했다.

“신은 신의 벗인 蹇叔(건숙)에 미치지 못합니다. 건숙이 현명한데도 세상은 모르고 있습니다. 신이 벼슬자리를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다 제나라에서 곤경에 빠져 絰(질)이라는 곳에서 빌어먹고 있을 때 건숙이 저를 거두었습니다. 제가 제나라 군주 無知(무지)를 섬기려 하자 건숙이 말렸습니다. 그래서 신은 제나라의 난리에서 벗어나 周(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주의 왕자 穨(퇴)가 소를 좋아했으므로 저는 소를 기르는 재주로 기회를 얻으려 했습니다. 퇴가 저를 쓰려고 할 때 건숙이 말렸고, 저는 떠났기에 죽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우나라 군주를 섬기자 건숙이 말렸습니다.

신은 우나라 군주가 신을 기용하지 않을 줄 알면서도 녹봉과 작위가 탐나서 머물렀습니다. 두 번은 그의 말을 들어서 재난에서 벗어났고, 한 번은 듣지 않아서 우나라에서 재난을 만났습니다. 이런 까닭에 저는 그가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