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86> 與天下同利

bindol 2021. 6. 7. 06:01

대부분의 백성이 국고의 재물을 군주의 재물로 인정해준다면, 그때 군주와 그 신하들도 편안하게 권세를 누릴 수 있다. ‘관자’의 ‘版法解(판법해)’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凡人者, 莫不欲利而惡害. 是故與天下同利者, 天下持之 ; 擅天下之利者, 天下謀之. 天下所謀, 雖立必隳; 天下所持, 雖高不危. 故曰 : ‘安高在乎同利.’”(범인자, 막불욕리이오해. 시고여천하동리자, 천하지지; 천천하지리자, 천하모지. 천하소모, 수립필휴; 천하소지, 수고불위. 고왈: ‘안고재호동리.’)

“무릇 사람이란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지 않음이 없다. 이런 까닭에 천하 사람들과 함께 이익을 같이하는 사람은 천하가 그를 지지하고, 천하의 이익을 제 맘대로 차지하려는 사람은 천하 사람들이 그를 없애려 꾀한다. 천하 사람들이 꾀하는 자는 아무리 버티고 서 있으려 해도 반드시 내려앉고, 천하 사람들이 지지하는 이는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위태롭지 않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서도 편안한 것은 이익을 같이하는 데 달렸다’고 말한다.”

‘논어’ ‘顔淵(안연)’편에 다음의 대화가 나온다. 哀公(애공)이 有若(유약)에게 물었다.

“흉년이 들어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데, 어찌하면 되겠소?”

“어찌 徹法(철법, 수익의 10분의 1을 거두는 조세)을 쓰지 않으십니까?”

“십분의 이도 나에게는 넉넉하지 못한데, 어찌 철법을 쓰겠소?”

“백성들이 넉넉한데, 군주께서는 무엇을 넉넉하지 못하다 하십니까? 백성이 넉넉하지 못한데, 군주께서는 무엇을 넉넉하다 하십니까?”

왕정 시대에는 군주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군주의 신하나 백성이 아닌 자가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군주들이 땅과 백성을 제 소유처럼 여긴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단순하게 이해한 것이어서 실상이나 진리에 전혀 다가가지 못한 인식이다. 진리가 흔히 역설로 표현되는 것은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고, 또 일방적인 관계는 진리의 참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