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85> 治人者食於人

bindol 2021. 6. 7. 06:00

다스릴 치(水-5)남 인(人-0)사람 자(老-5)먹을 식(食-0)에게 어(方-4)

 

오늘날 기업 경영자가 직접 생산에 뛰어들지 않듯이 군주나 관리들도 직접 생산을 하지는 않는다. 맹자도 “治於人者食人, 治人者食於人, 天下之通義也”(치어인자사인, 치인자식어인, 천하지통의야) 곧 “남의 다스림을 받는 자는 남을 먹이고,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게서 얻어먹으니, 이것이 천하에 널리 통하는 이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다스리는 사람은 생산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생산이나 산업에 대해 몰라서는 안 된다. 생산에서 소비, 분배에 이르기까지 경제 전반의 흐름을 잘 꿰고 있어야 한다.

앞서 성인이 성인이 되는 까닭으로 ‘백성에게 잘 나누어주는 것’을 들었지만, 거기에는 우선 갖가지 재화가 풍부해지도록 백성을 이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백성에게 생산 문제를 잘 맡긴다’는 말에 그러한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나라에서 세금을 걷는 것은 나라를 경영하기 위한 비용을 대기 위해서다. 나라를 경영하는 일에서는 백성의 편안한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한 경영이 이루어진다면 백성도 세금 내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그렇지 못하고 군주나 귀족들이 백성의 세금을 자신들이 호화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밑천쯤으로 여긴다면,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백성의 본성은 윗사람이 치우치면 어리석게 된다”고 했는데, 백성이 어리석게 된다는 말은 곧 군주나 관리들의 행태를 고분고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백성은 처음에는 분노하고 원망하지만,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새로운 통치 계층을 찾는다. 이렇게 민심의 離反(이반)이 시작된다.

반면에 윗사람이 바르게 이끌면 백성도 같아지려 한다. 저절로 교화가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15-2(282회)에서 “윗사람이 어짊을 좋아하는데도 곳집의 재물이 그 군주의 재물이 아니었던 적은 아직 없었다”고 한 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군주가 세금을 거두어서 국고를 채우더라도 그것이 지배층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와 백성을 위해 쓰인다는 것을 안다면, 대부분의 백성이 국고의 재물을 군주의 재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