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賴三杯通·정뢰삼배통
虛而明(허이명) 텅 비면서 맑아지고
一而通(일이통) 하나이면서도 통한다)
安而不懈(안이불해) 편안하되 해이해지지 않고)
不處而靜(불처이정) 은거하지 않아도 조용하며
不飮酒而醉(불음주이취)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하고
不閉目而睡(불폐목이수) 눈감지 않고도 잘 수 있다
필자가 젊은 시절 술자리에서 자주 인용한 북송의 시인 동파 소식(1036~1101)의 글로,
‘蘇軾文集(소식문집)’에 나오는 ‘思堂記(사당기)’이다.
소동파가 술을 통해 빈 마음을 얻고,
나아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하는 禪的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였음을 보여준다.
술을 통한 소동파의 깨달음(?) 과정을 한번 보자.
소동파는 창작에서도 술이 영감의 흥취를 배가시킨다고 했다.
“吾酒後乘興作數十字(오주후승흥작수십자) 나는 술 마신 후에 흥이 나 수십 자를 쓰면
/ 覺酒氣拂從十指出也(각주기불종십지출야) 술기운이 일어서 열 손가락으로 나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 大是妙語(대시묘어) 그게 묘어이다”며 술이 창작의 계기를 만들고 증폭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했다.
‘和陶飮酒二十首 其十七(화도음주이십수 기십칠)’에서는 “ … 無事時一中(무사시일중) 일 없을 때 술 마심을 낙으로 한다 / 誰言大道遠(수언대도원) 누가 대도를 멀다 하리오? / 正賴三杯通(정뢰삼배통) 석 잔 술이면 대도에 통하는 것을”이라며, 술이 마음을 호탕하게 해 우주의 大道(대도)에 통하게 한다고 했다.
58세 때 지은 ‘中山松醪賦(중산송료부)’에서 “曾日飮之幾何(증일음지기하) 일찍이 날마다 술 마신 지 얼마인가? / 覺天刑之可逃(각천형지가도) 천형의 병이 달아남을 깨닫는다”고까지 하였다. 소동파는 술이 창작의 촉매제가 됨은 물론 술을 마심으로써 마음이 호탕해져 우주의 대도와도 통하고, 천형의 병이 다 나아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술과 예술은 맥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어느 예술인은 “아, 안타깝게도 소동파가 나보다 한발 앞서 깨달았구나”라고 한탄할지 모르겠다.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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