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4] ‘문명 충돌’의 서막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중국에서 한(漢)이라는 글자의 의미는 꽤나 무겁다. 역사와 문화적 맥락에서 중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설명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중국의 문명적 토대에 해당하는 글자라고 할 수도 있다.
유광종의 차이나 별곡/ '문명 충돌'의 서막 / 일러스트=김하경
우선 이 땅에서 만들어진 글자는 한자(漢字), 문장은 한문(漢文), 말은 한어(漢語)다. 14억 중국 인구 가운데 92% 이상은 제 정체성을 한족(漢族)이라고 적는다. 일반적 중국인을 지칭할 때 한인(漢人)이라는 단어도 곧잘 쓴다. 전통적 중국 복장은 한복(漢服)이다.
이는 중국의 유장한 왕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젖힌 한조(漢朝)와 관련이 깊다. 한수(漢水)의 상류인 산시(陝西) 한중(漢中)에서 발흥한 왕조다. 창업주는 유방(劉邦)이고, 기원전 202년에서 기원후 220년까지 서한(西漢)과 동한(東漢)의 전·후반기로 나뉘어 존재했다.
한강(漢江)으로도 불리는 한수의 물줄기는 동남으로 계속 흘러 중국 최대 하천인 장강(長江)에 진입한다. 발원지에서 장강 합류 지점까지는 약 1570㎞로 유역 면적은 15.9만㎢다.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까닭에 장강, 회하(淮河), 황하(黃河)와 함께 병렬해 ‘강회하한(江淮河漢)’으로 적는 성어에도 등장한다.
장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도시가 우한(武漢)이다. 본래의 우창(武昌), 한커우(漢口), 한양(漢陽) 세 지역을 합쳐 부른 이름이다. 인구 1230만명인 이 거대 도시의 약칭이 공교롭게도 바로 ‘한(漢)’이다. 그 명칭으로만 보면 중국의 문명적 정체성을 대변하는 도시다.
마침 2019년 이곳에서 확산한 코로나19의 발원 여부, 인위적 조작이 가해졌는지 여부 등이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의 심판대에 올랐다. 그 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부를 수 있는 ‘사건’이다. 누군가 말한 ‘문명 충돌’의 서막일까. 비상한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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