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2] ‘지배와 복종’의 광장 문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베이징(北京)의 천안문(天安門) 광장에는 독특한 율조(律調)가 흐른다. 견고한 통치(統治), 숨죽인 듯한 복종(服從)의 선율이다. 옛 황제(皇帝)의 터전이었던 궁성(宮城) 때문만은 아니다.
/일러스트=박상훈
우선 천안문 누각 정면에 건국의 주역인 마오쩌둥(毛澤東)의 거대 초상화가 남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어 국기 게양대, 건국 과정에서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인민영웅기념탑, 마오쩌둥 시신을 전시한 광장 남단의 기념관이 다 한 줄에 들어서 있다.
이는 다시 옛 황제가 머물고 거닐었던 북쪽의 황도(皇道)와 일렬로 맞물린다. 왕조시대의 엄격한 통치 축선과 현대 중국의 ‘정치적 광장’이 어김없이 이어진 모습이다. 양옆에는 인민대회당, 국가박물관 등 상징적인 건물이 늘어섰다.
중국의 큰 도시 주요 광장들 또한 대부분 이 분위기와 다르지 않다. 우선 복판에 공산당의 통치를 상징하는 마오쩌둥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어 중국을 이끄는 주역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러나 광장 구석은 ‘중국 아줌마[大媽]’들의 차지다. 소란한 음악을 틀어 놓고 전통적인 농무(農舞)를 변형한 춤을 춘다. 마오쩌둥의 거대 동상으로는 공산당의 견고한 중국 지배, ‘아줌마’들의 춤으로는 그에 복종하는 순민(順民)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견고한 통치를 통해 공산당은 안정과 번영을 추구한다. ‘순민’이 숙명인 중국인들은 그에 군말 없이 잘 따른다. 너른 곳에 나와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그리스의 아고라(agora), 로마의 포럼(forum) 등 맥락의 ‘진짜 광장’은 중국에 없다.
광장에 자유의 토론이 반짝 벌어졌던 1989년 6월 4일의 ‘천안문 사태’는 유혈로 맺어졌다. 요즘 들어 중국의 모든 광장은 더 무거운 통치와 복종의 선율에 휩싸인다. 그 ‘광장’이 싫은 중국인은 ‘밀실(密室)’에 몸을 더 묻는다. 중국의 행일까, 불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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