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전력투구(全力投球)’라는 말이 언제 성어 반열에 올랐는지는 분명치 않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피처의 중요성과 함께 만들어진 말인 듯싶다. ‘모든 힘을 다하다’ 정도의 뜻이다.
투(投)라는 글자는 공 등을 ‘던지다’라는 새김에만 그치지 않는다. 내가 지닌 모든 요소를 한곳에 몰아넣는 경우도 설명한다. 때론 ‘스스로 목숨을 끊다’의 뜻과 바로 이어지는 투신(投身)이 대표적이다.
본래 어느 한곳에 제 역량을 집중하는 일이다. 좋은 기회가 닥쳤다고 생각해 제 금전 등을 걸 때는 투기(投機)다. 훌륭한 스승 만나 가르침을 청하면 투사(投師)다. 일찍이 불문(佛門)에서 썼던 말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진영(陣營)이 나뉘어 제가 머무는 곳을 뒤바꿀 때도 이 글자는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 단어가 투항(投降)이다. 적에게 항복하는 일이다. 요즘 중국 관련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는 투성(投誠)이다.
우리 용례는 없지만 중국에서는 흔하다. 제가 지닌 신념[誠] 등을 바꾸는 행위다. ‘투항’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취하는 굴종이지만 ‘투성’은 먼저 나서서 적진으로 가 몸을 의탁하는 일이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직접 달려간다고 해서 투분(投奔)이라고 한다.
일종의 망명(亡命)이다. 원래 살던 곳의 호적[命] 등을 없앤다[亡]고 해서 나온 단어다. 도망(逃亡)이라는 단어 쓰임도 흔하다. 중국에서는 ‘배반’과 ‘도망’을 합쳐 반도(叛逃)라고도 부른다. 제 뜻을 굽혔다고 해서 적는 변절(變節)이라는 단어도 같다.
중국이 부인했지만, 역사상 최고위층 간부가 미국으로 ‘투성’했다는 관련 소식이 줄곧 이어진다. 덩달아 ‘반도’ ‘망명’ ‘변절’이란 낱말도 함께 오른다. 진위는 분명치 않으나, 미·중 대립과 갈등이 더 깊어지는 분위기를 설명하는 단어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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