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6] ‘나 홀로’ 중국

bindol 2021. 7. 2. 04:05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6] ‘나 홀로’ 중국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우리의 경상도, 경주라는 지명에 들어가는 한자가 ‘경(慶)’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글자에는 ‘사슴’을 가리키는 록(鹿)이 들어 있다. 사슴 가죽을 선물로 주고받는 의미가 담긴 글자다.

/일러스트=박상훈

 

이로써 새김이 덧붙어 ‘기쁨’ ‘즐거워하다’ 등을 의미하는 글자로 발전했다. 생일이나 승진(昇進), 재산 증식 등 이른바 경사(慶事)를 지칭하거나, 그로써 즐거워하는 행위다. 경축(慶祝)이라는 단어 쓰임이 특히 많다.

우리 임시정부가 있던 중국 충칭(重慶)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그렇다. 남송(南宋) 광종(光宗)이 황제에 오르기 전 머물렀던 이곳이 그의 황제 계승과 함께 승격(昇格)하면서 얻은 이름이다. 두 가지 경사가 겹쳤다는[重慶] 뜻이다.

나라가 맞이한 경사는 국경(國慶)이나 방경(邦慶)이다. 보통은 나라 세운 날을 기념하는 때다. 집안에 찾아든 기쁨은 가경(家慶)이다. 과거 급제의 희열은 과경(科慶)이다. 중국에서는 개교 기념일을 교경(校慶)으로 적는다.

 

요즘 중국은 당경(黨慶)이 커다란 화제다. 올해 7월 1일이 공산당 창립 100주년이기 때문이다. 대대적 기념행사와 함께 공산당 역사를 새로 포장해 선전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일당전제(一黨專制)의 틀은 이로써 훨씬 강고해질 전망이다.

경사는 함께 누려야 그 기쁨이 커진다. 온 세상 사람들이 같이 기뻐하는 일을 흔히 ‘보천동경(普天同慶)’이라는 성어로 적는다. 여기서 보천(普天)은 보천(溥天), 보세(普世)와 같다. ‘하늘 아래 모든 곳’의 뜻이다. 중국 전통의 천하(天下) 관념이 배어있는 말들이다.

 

그런 포용적 세계관이 중국에는 더 이상 없다.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세계사 흐름에도 중국은 이제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중국의 집권 공산당 100주년을 진정으로 기뻐해줄 나라도 거의 없다. 그렇게 세계와 중국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