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운의 漢字 이야기 - 오비삼척(吾鼻三尺)
내 사정(事情)이 급(急)해 남을 돌볼 여유(餘裕)가 없음을 비유(比喩)할 때~
우 리는 평상시 사정이 급하고 어려울 때 오비삼척(吾鼻三尺) 즉 ‘내 코가 석자’ 라는 속담(俗談)을 자주 사용한다
지난주 노인대학(老人大學)에서 5개월 간의 사자소학(四字小學)을 講義 마치고 논어(論語) 강의를 준비(準備)를 위한 기초 한문법 강의 도중(途中) 주술(主述) 관계에 관한 토론시(討論時) ‘오비삼척’이란 사자성어가 토론의 주제로 올랐다.
주어(主語)와 술어(述語)는 흔히 영어(英語) 공부시 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문 에서도 미미하게 나온다.
글자 그대로 해석(解釋)하면 내 코가 석자이다. 석자 라면 요즈음 단위로 환산 할 때 한자에 30센미터 석자라면 대략 1미터 전후 일 것이다.
여기서 글자의 뜻 대로만 본다면 '내 코가 석자'란 말이 내 코가 석자나 되게 나왔다는 말인지, 콧물이 석자나 되게 흐려 내렸다는 말인지, 도데체 무슨 뜻인지 어느 곳에도 나타나 있지 않다.
그에 대한 두 가지의 유래(由來)를 살펴보자.
먼저 내코가 석자라는 말은 눈물과 콧물이 뒤 섞여 석자나 되게 흘러 내리고 있어 남을 돌 볼 겨를 없다는 이야기다.
조선 중기의 학자 홍만종이 순오지(旬五志)라는 책을 펴 내면서 당시에 널리 알려진 속담 130여 개를 한자로 번역(飜譯)해서 부록(附錄)에 실어 놓앗다.
거기에 ‘내 코가 석 자’라는 속담에 該當하는 ‘오비삼척’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오비체수삼척’(吾鼻涕水三尺)이 줄어서 된 말로, ‘체’(涕)는 ‘눈물’의 뜻하는 지닌 한자이다.
‘내 코가 석 자’라고 할 때의 코를 신체기관이 아닌 콧물 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코가 길어져서 자신의 처지가 다급 하다고 해석 하기보다는 길게 흘러 내리는 자신의 콧물 부터 처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남의 사정을 돌아보기 어렵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도 좀 더 가까울 것이다.
옛날 이야기에서 비롯한 속담들이 착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 이야기는 눈물이나 콧물이 뒤석여 있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근사치(近似値)에 가깝다고 볼수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신라시대(新羅時代)의 방이설화 에서 왔다는 설이다. 방이설화는 흔히 고전 소설인 흥부전(興夫傳)의 근원설화(根源說話)라고 알려져 있다.
내용을 소략(疏略)하면 신라시대에 두 형제가 살았는데 흥부전과는 반대로 형은 가난하고 아우는 매우 부자였다.
그런데 부자인 아우가 가난한 형을 괄시(恝視)하던 중 농사를 짓기 위해 씨앗을 얻으러 간 형에게 삶은 씨앗을 주게 된다.
그것도 모르고 씨앗을 뿌렸는데, 다 죽고 한 그루만 살아서 나중에 한 자가 넘는 이삭이 달렸다.
이 진기한 이삭을 새가 와서 잘라 물고 날아가자 형이 그 새를 쫓다가 날이 저물어 산 속에서 밤을 새게 된다.
그러던 중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나타나 방망이를 두드려서 술과 飮食을 나오게 한 다음 실컷 먹고 떠들다 사라지는 것을 보게된다.
아이들이 놓고 간뒤 놓고간 방망이를 가지고 온 형은 부자가 되고, 그 말을 들은 동생은 자신도 신기(神奇)한 방망이를 얻으려고 산속에 갔다가 오히려 붉은 옷을 입은 아이들에게 잡힌 다음 방망이를 훔쳐간 범인(犯人)으로 몰려 코가 길게 뽑힌 채로 돌아 온다는 이야기다.
그럴 듯한 추론(推論)이기는 하나 사실 관계를 증명(證明)할 길은 없다.
말을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호사가(好事家)가 그럴 듯하게 갖다 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筆者)의 생각에는 오비삼척의 어원(語源)은 ‘오비체수삼척’이 더 가깝지 않나 외람(猥濫) 되게 생각 해 본다.
그 유래가 어떻든 우리 주변(周邊)에서 내 사정이 다급하여 남의 사정을 돌볼 겨를이 없을 때 자주 사용하는 말 임에는 틀림없다.
노당익장(老當益壯)이란 말이 있다.
어려울 수록 더욱 굳건 하고, 나이가 먹고 늙어 질수록 더욱 씩씩하고 당당(堂堂) 하라는 고사이다.
세상사(世上事) 아무리 바쁘고 다급 하더라도 크게 숨 한번 들어 마시고 주변을 돌아보며 남을 배려(配慮)하는 여유(餘裕) 있는 모습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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