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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운의 漢字 이야기 - 殿·堂·閤·閣(전당합각)

bindol 2021. 6. 26. 20:15

사찰(寺刹)이나 대궐(大闕)에 가보면 제일(第一)먼저 크고 웅장(雄壯)하게 나타나는 건물(建物)이 대웅전(大雄殿) 내지(乃至) 궁궐(宮闕)의 전각(殿閣)이다

대웅전(大雄殿)은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도 하며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왼쪽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오른쪽에 보현보살(普賢菩薩)을 모시는 절의 큰 법당(法堂), 또는 중앙(中央)에 아미타불(阿彌陀佛)을 모시고 왼쪽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오른쪽에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모신다.

그리고 조사당(祖師堂) 등 당(堂)해 해당(該當) 하는 사람을 모신 건물(建物)과 삼성각(三聖閣), 독성각(獨聖閣), 산신각(山神閣) 등 각(閣)에 해당하는 건물등(建物等) 주요(主要) 건물이 있다.

궁궐(宮闕)에서는 신분(身分)에 따라 건물(建物) 이름에 붙는 끝 글자들이 지위(地位)를 따라 전(殿)·당(堂)·합(閤)·각(閣)·재(齋)·헌(軒)·루(樓)·정(亭)의 순에 의해 엄격하게 다르게 불리어 진다.

 

'殿'은 건물 가운데 가장 격이 높은 건물이다.
자연히 건물(建物)의 규모(規模)도 크고 품위(品位)있는 치장(治粧)을 갖추었으며, 궁궐에서 전(殿)은 왕(王)과 왕비(王妃), 혹은 대비(大妃)가 쓰는 건물이다.

전(殿)은 평소(平素) 기거(起居) 활동(活動) 공간(空間) 보다는 의식(意識) 행사(行事)나 또는 일상(日常) 활동이라 하더라도 공적인 활동을 하는 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堂'은 殿에 비해 규모는 떨어지지 않으나 격(格)은 한 단계(段階) 낮은 건물(建物)이다. 용도(用途)도 공적(公的)인 활동(活動)보다는 조금 더 일상적(日常的)인 활동공간(活動空間)으로 쓰였다.

왕과 왕비 등은 堂의 주인이 될 수는 있으나, 그 이하(以下) 위치(位置)에 있는 사람들은 비록 세자(世子)나 영의정(領議政)이라 할지라도 전(殿)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

'閤'이나 '閣'은 殿이나 堂의 부속 건물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殿이나 堂 부근에서 그것을 보위(保衛)하는 기능(機能)을 한다. 자연히 지위(地位)는 물론(勿論) 규모면(規模面)에서도 殿이나 堂보다는 떨어진다.

사극(史劇)을 보면 흔히 대원군 이른바 대원이 대감을 이름하여 대원이 합하(閤下) 라고 불리는 경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只今)은 살아 졌지만 이승만 , 박정희 ‘대통령(大統領) 각하(閣下)’ 라든지 고위(高位) 공무원(公務員)에 대(對)한 호칭(呼稱) 에서도 자기를의 신분을 낮추어 각(閣) 아래 있는 사람 이라고 자주 사용(使用)되었던 점을 볼수 있다,

'齋'와 '軒'은 왕(王)이나 왕비(王妃) 같은 주요(主要) 인물(人物)도 쓸 수 있지만, 그보다는 그 밖의 왕실(王室) 가족(家族)이나 궁궐(宮闕)에서 활동(活動)하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기거(起居), 활동 공간(空間)이다.

'齋'는 숙식(宿食) 등(等) 일상적(日常的)인 주거용(住居用)이거나 혹은 조용하게 독서(讀書)나 사색(思索)을 하는 용도(用途)로 쓰는 건물(建物)이다.

이에 비해 '軒'은 대청마루나 대청마루가 발달(發達)되어 있는 집을 가리키는 경우(境遇)가 많고, 용도에서도 일상적 주거용보다는 상대적(相對的)으로 공무적(公務的) 기능(機能)을 가진 경우가 많다.

'樓'는 바닥이 지면(地面)에서 사람 한 길 높이 정도(程度)의 마루로 되어 있는 집이다. 주요(主要) 건물(建物)의 일부(一部)로서 누마루방 형태(形態)로 되어 있거나 큰 정자(亭子) 형태를 띄기도 한다.

간혹(間或) 이층(二層)으로 된 건물(建物)이 있는데 이럴 경우(境遇) 반드시 일층과 이층의 이름을 따로 지어 붙이는데 일층에는 閣, 이층에는 樓가 붙는다. 고루거각(高樓巨閣)이란 말이 있듯이 樓와 閣은 따라다닌다.

'亭'은 흔히 정자(亭子)라고 하는데 연못가가 개울가 또는 산(山) 속 경관(景觀)이 좋은 곳에 있어 휴식(休息)이나 연회(宴會) 공간(空間)으로 사용(使用)하는 작은 집이다.

이렇듯 '殿·堂·閤·閣·齋·軒·樓·亭'은 엄격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大體로) 규모(規模)가 큰 것으로부터 작은 것으로 가는 순서(順序)이며, 품격(品格)이 높은 것에서 낮은 것으로 가는 순서다.

용도(用途)에서도 공식(公式) 행사(行事)를 치르는 것으로부터 일상(日常) 주거용(住居用)으로, 다시 비일상적(非日常的)이며 특별한 용도로, 휴식공간(休息空間)으로 이어지는 순이다.

종합(綜合)해서 보면 '전당합각재헌루정'은 그 순서(順序)가 건물(建物)의 신분(身分)이요 위계질서(位階秩序)라고 할 수 있다.

이 질서(秩序)는 비단 궁궐(宮闕)의 건물(建物)들에만 적용(適用)되는 것이 아니라 성균관(成均館)과 향교(鄕校), 또는 일반(一般) 민가(民家)의 건물에도 사용된다.

성균관(成均館)이나 향교(鄕校)에서도 공자(孔子)의 위패(位牌)를 모신 건물(建物)은 대성전(大成殿)이요, 유생(儒生)들이 모여서 강학(講學)하는 건물은 명륜당(明倫堂)이다. 사가(私家)에서는 절대로 건물 이름에 '殿'자를 붙일 수 없다. 아무리 높아도 '堂'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