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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운의 漢字 이야기 - 史魚秉直(사어병직)

bindol 2021. 6. 26. 20:17

사어병직(史魚秉直)은 신하(臣下)가 군왕(君王)에게 살아 생전(生前)에 받아 들여지지 않았던 간언(諫言)을 죽으면서 까지 시체(屍體)로 간(諫)하여 바로 잡았던‘시간(尸諫)’으로 알려진 천자문(千字文) 85번째 나오는 사어(史魚)에 대한 글귀이다.

중국(中國)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위나라 대부(大夫) 사어(史魚)는 이름이 추(鰌)이고 자는 자어(子魚)인데 위(衛)나라 령공(靈公)을 섬기며 대부(大夫) 벼슬을 지냈다.

 

어느 날 사어는 위령공에게 외교력(外交力)과 통치력(統治力)이 뛰어나고 백성(百姓)을 위(爲)하는 거백옥(遽伯玉)이라는 자를 등용(登用)해줄 것을 간청(懇請)드렸다.

그러나 위령공(衛靈公)은 그의 충언(忠言)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왕(王)의 남자(男子)로 알려진 미소년(美少年) 미자하(彌子瑕)를 중용(重用)하였다.

미자하는 성은 彌(미), 이름은 瑕(하)이며 위나라의 미남자(美男子)로 군주(君主)의 총애(寵愛)를 받던 신하(臣下)였다. 위령공은 미자하를 너무나 총애한 나머지 그의 부탁(付託)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다.

하루는 위령공(衛靈公)이 미자하에게 물었다.
"어질고 재능(才能)을 두루 갖춘 거백옥이라는 문인(文人)이 있다 들었다. 제후(諸侯)들에 대응(對應)하는 능력(能力) 또한 뛰어나다 하니 과인(過人)이 그에게 대부(大夫)의 벼슬자리를 내주고자 하는데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자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자 미자하가 대답(對答)했다.
"거백옥은 학문(學問)에 뛰어나고 인품(人品) 또한 훌륭하여 모든 이들의 존경(尊敬)을 받는 성인(聖人)이라 들었사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인의도덕(仁義道德)만 내세우는 자는 심지가 곧고 어질다고는 하나 나라를 다스릴 재목(材木)은 못될 것입니다.

이 나라 관리(官吏)에게 필요(必要)한 것은 정치력(政治力)이요 군사력(軍事力)이지 않습니까. 거백옥은 그런 능력(能力)의 소유자(所有者)가 아니옵니다.

소신이 보기에는 그를 세자(世子)의 스승으로 두어 학문(學問)을 가르치게 함이 더 합당(合當)하다 사료(思料)되옵니다. 대부(大夫) 벼슬이라면 그의 능력밖이옵니다."

사어(史語)는 그 뒤로 수차례(數次例) 거백옥을 등용(登用)할 것을 간언(諫言)하였지만 위령공은 미자하의 말에 따라 끝내 거백옥을 중용(重用)하지 않았다.

한동안 지나 사어는 위령공을 찾아와 거백옥의 등용 여부(與否)를 물었다. 그러자 위령공이 대답(對答)했다.

"미자하가 말하기를 거백옥은 병법(兵法)에 무지(無知)하여 군사(軍士)를 다스림에 부족(不足)하다고 했다. 과인(寡人) 역시(亦是) 같은 생각이다. 그 자는 문무(文武)를 겸비(兼備)하지 못하였으니 이번 청은 잠시(暫時) 미루도록 하자."

사어(史語)는 왕의 남자 미자하를 대 간신 이라며 궐(闕) 밖으로 내쫓을 것을 위령공에게 간(諫)하였다. 위령공은 듣는체도 하지 않았다.

사어가 큰 병(病)에 걸려 죽게 되었다. 그는 죽기 전 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이 아비 살아서 두 가지를 이루지 못하여 참으로 유감(遺憾)이다.

하나는 거백옥을 등용(登用)하지 못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자하를 궐(闕)밖으로 내쫓지 못한 것이니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죽고 나면 시신(屍身)을 관(棺)에 넣지 말고 북쪽 창(窓) 아래에 두도록 하거라." 그의 아들은 그 말대로 하였다.

조문(弔問)하러 온 위령공(衛靈公)이 사어의 시신이 창 아래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이상(異常)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묻자 사어의 아들은 그대로 전(傳)하였다.

유언(遺言)을 전(傳)해 들은 위령공은 "죽어서도 시체(屍體)로 간(諫)하니, 그야말로 충성(忠誠)이 지극(至極)하구나." 하며 몹시 자책(自責)하였다.

그리고는 사어(史語)의 시신(屍身)을 높은 자리에 모시게 하였다. 또 그의 유언대로 거백옥(白玉)을 등용(登用)하고 미자하를 쫓아냈다.
 
요즈음 최순실 국정(國政) 농단(壟斷)과 관련(關聯)하여 대통령(大統領)이 탄핵(彈劾) 소추(訴追)되고 촛불과 맞불로 온 나라가 뒤 덤벅이다.

백성(百姓)들은 어느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제 정치인(政治人)도 언론(言論)도 진성성(眞性性)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인지 조차도 의심(疑心) 스러울 정도(程度)다.

온 나라가 대통령(大統領) 병(病)에 걸린 사람들로 줄을 서고 언론(言論)은 한층더 부추기고 있는 싯점(時點)에 죽어서도 바르게 간(間)하는 사어(死語)같은 충신을 떠올리게 한다.

하루속히 위정자(爲政者)들은 당리(黨利) 당략(黨略)에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말고 국난(國難)의 위기(危機)를 국가발전(國家發展) 기회(機會)로 승화(承化) 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