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7] 위험한 물놀이

bindol 2021. 7. 9. 05:2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7] 위험한 물놀이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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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에 나오는 명구는 퍽 많다. 그 중에서 물놀이를 말한 대목이 꽤 유명하다. ‘유련(流連)’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장면이다. 본래는 물의 흐름을 두고 벌이는 행위 둘을 지적하는 말이다.

 

앞의 글자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타고 내려가며 즐기는 일이다. 뒤는 그 반대다. 물을 거슬러 올라가며 경치를 감상하는 행위다. 둘을 합치면 놀이에 푹 빠져 돌아갈 때를 잊어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사전에선 이 의미를 제대로 다루지 않지만, ‘맹자’라는 유교 경전(經典)에 등장함으로써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단어다. 우리가 가끔 쓰는 유련(留連)이라는 말도 이로부터 파생했을 수 있다. 어느 한 곳에 머물며 떠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제가 태어난 하천을 향해 집요하게 물길을 거슬러 회귀하는 생선 연어(鰱魚)의 한자 이름도 위 개념의 하나를 활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자꾸 이끌려 애착을 끊지 못한다는 뜻의 연연(戀戀)이나 권련(眷戀)이란 단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40여 년은 자연스러운 세계사의 흐름에 올라탔다는 점에서 ‘류(流)’의 과정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관료 부패, 심각한 빈부격차 등의 유폐(流弊)도 낳았다. 이제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련(連)’의 여정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은 이달 초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공산주의 이념성과 보수적 민족주의 색채를 더욱 강화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공산당 통제력을 높이고 민간의 활력을 옥좼던 마오쩌둥(毛澤東) 때로의 복귀가 점쳐진다.

 

지구촌 흐름과는 뚜렷이 다른 ‘련’의 움직임들이다.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가 내년에 노린다는 ‘연임(連任)’ 앞 글자도 혹시 ‘역(逆)방향 물놀이’를 암시하는 것일까. 아래위로 오르내리다가 설 자리 잊으면 위험해진다는 맹자의 다음 지적을 중국은 어떻게 여기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