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자] 稀罕 (드물 희/드물 한)
드물기도 하면서 다소 엉뚱한 현상을 가리키는 말
세태가 급변하고 사회가 자꾸 복잡해지니 별난 일도 많고 稀罕한 일도 많다. 하기야 신세대의 행태나 요즘의 생활문화를 100년전 잣대로 본다면 모든 것이 稀罕하고 모든 것이 駭怪(해괴)하며 세상이 온통 뒤죽박죽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선뜻 마음에 받아들여지지도 않으니 稀罕하다고 하는 것이겠지만,드문 일이라고 해서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서든 稀罕하다는 말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이아몬드처럼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라면 稀罕보다는 稀少(희소)가 적절할 것이고,人面獸心(인면수심)의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서는 드문 일이라 해도 稀罕하다거나 稀少하다는 말보다는 駭怪하다는 말이 어울릴 터이다.
단순히 수적으로만 드문 것이라면 稀少한 것이고,드물기도 하고 다소 엉뚱하기도 하다면 稀罕한 것이며,드물기도 하고 '아니 이럴 수가!'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면 駭怪한 것이다.
그리고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다든지 할 때에는 稀薄(희박)하다고 하지 稀罕이나 稀少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또한 稀少價値는 있지만 稀罕價値라는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稀는 볏모를 성기게 심은 상태를 나타낸 글자이다.
그렇게 해서 稀는 '드물다'는 뜻을 갖게 되었으며,稀代(희대) 稀少(희소) 등의 稀가 그 예이다.
예를 들어,70세를 가리키는 古稀(고희)라는 말은 '사람이 70세를 사는 것은 예로부터 드물다'는 뜻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온 말이다.
묽은 것도 稀라고 하는데,稀薄(희박)이나 稀釋(희석)의 稀가 그러하다.
소주병에 붙어있는 稀釋式은 원액에 물을 타서 묽게 해서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罕의 본래 뜻은 '그물'이다.
罕의 干은 '장대'란 뜻의 竿이니,罕은 결국 긴 장대에 달린 그물인 셈인데 대개는 새나 토끼를 잡는 그물을 가리키는 글자임을 알 수 있다.
稀罕의 경우처럼 罕에는 '드물다'는 뜻도 있으며,罕見(한견) 罕種(한종)의 罕도 그러한 예이다.
별 가운데는 그물 모양의 별자리가 있는데,그 이름을 罕이라고도 하고 畢이라고 하며 합하여 罕畢이라고 한다.
罕과 畢을 새긴 깃발 또한 罕畢이라 하는데 武王(무왕)이 폭군인 紂(주)를 쫓아낼 때 罕畢을 들고 선두에 서게 했으므로,그 후로는 天子(천자)의 儀仗(의장)을 罕畢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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