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3] 지도자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여불위(呂不韋)는 단순한 책략가가 아니다. 그의 저서 ‘여씨춘추(呂氏春秋)’를 보면 제자백가의 사상 중에서 튼튼한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들을 두루 뽑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중언(重言)이라는 항목이 있다.
“군주라면 말을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은나라 고종(高宗)은 천자인데도 즉위하고 여막(廬幕)에서 거상(居喪)하면서 3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경 대부들이 이 일을 두려워하고 근심하자 고종이 일러 말하기를
‘나 한 사람이 사방의 모든 나라와 백성을 바로잡는 것이므로 나는 오로지 말이 선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옛날의 뛰어난 천자는 말을 신중히 여기는 것이 이와 같았으므로 말에 허물이 없었다.”
중언의 항목에서 여불위는 마음-말-행동의 관계에 주목한다.
이 점에서는 공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셋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말은 마음의 표현임과 동시에 앞으로 그가 하게 될 일의 윤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마음은 볼 수가 없고 그가 말로 다짐한 행동은 미래에 실현이 되고 나서야
참 거짓을 가릴 수 있기에 현재의 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먼저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격화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발언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도자의 발언이 이재명 후보처럼 마구 쏘아대는 ‘사이다’식이어서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이낙연 후보 진영에서 나온 “이 지사의 왜곡 날조 네거티브 공세는 사이다가 아니라
독극물”이라는 논평은 보는 이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또 김두관 후보가 광주를 방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신성한 묘비에서 더러운 손 치우라”고 일갈(?)한 것에서 그의 한쪽으로 치우친 마음이 드러난다.
추미애 후보는 논할 가치도 없고.
아마도 얼마 후에 시작될 국민의힘 경선 역시 이런 양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본다.
지도자를 꿈꾼다면 여야 모두 국민을 의식하고 말을 무겁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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