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95] 正名
‘논어’를 보면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스승님께서 정치를 하신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고 답했다. 그 뜻을 잘 모르는 자로는 공자를 향해 “어찌 이런! 우리 선생님이 이리도 황당하시다니. 그래서야 어떻게 정치를 바로잡겠습니까?”라고 무례할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 구절에 대한 이해는 지금도 자로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정명(正名)의 명(名)은 그냥 이름이나 명칭이 아니라 처음에 이름 짓기, 영어로는 naming에 가깝다. 좀 더 넓혀서 풀이하면 간명한 상황 인식이라고 해야 그다음에 이어지는 공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공자도 기분이 상했던지 우선 “거칠구나 자로여! 군자란 모름지기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법이다”라고 하고서 이렇게 말한다.
“맨 처음의 이름 짓기가 바르지 않으면 하는 말이 도리에 맞지 않고[不順]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백성들이 화목하지 못해)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않고, 예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실상에 맞지 않고, 형벌이 실상에 맞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 둘 곳이 없게 된다.”
얼마 전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지사직을 내려놓았다. 이게 지극히 정상적인 처신이다. 즉 정(正), 바른 도리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갈 수밖에 없다.
변명은커녕 원희룡 전 지사를 향해 궤변을 늘어놓았다. “월급만 축내며 하는 일 없는 공직자는 하루빨리 그만두는 게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자신은 다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할 일을 해내는 유능한 공직자라면 태산 같은 공직의 책무를 함부로 버릴 수 없다.” 그가 정작 유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말만으로도 부정명(不正名)이다. 그의 열성 지지자라 하더라도 상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형벌이 실상을 잃은 지 오래인데 곧 손발 둘 곳도 없는 세상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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