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재능 알아주는 이 없으니 '공허함만 가득'
▲ 중국 안휘성 마안산시 채석기에 있는 이태백루이다. 이태백루 뒤편이 우저산이다.
▲ 채석기에 있는 이백의 동상이다. 달을 따러 강물에 뛰어든 이백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자유인 같다. 달을 따기 위해 강물로 뛰어든 적선(謫仙) 이백,
그래서 후세의 사람들은 그를 다시 고래의 등에 태워 하늘로 돌려보내려고 하였다.
이백, 장강 유랑 중 채석기에 배 정박·옛 일 회고 … 슬픈심경 표현
원굉처럼 詩 읊을 수 있어도 '인재 알아주는 사람' 없는것에 한탄
우저기는 안휘성 마안산시 당도현에 위치한 산으로 채석기(采石磯)라고도 한다. 이 우저기 지역부분의 장강(長江)을 서강(西江)이라고 부른다.
이백이 야량으로 유배 가던 도중 백제성 근처에서 풀려난 후, 그의 말년은 대부분 안휘성에서 보내게 된다.
다음 감상할 시도 이 무렵(761)의 시이다.
<야박우저회고(夜泊牛渚懷古)>
밤에 우저 강가에 배를 대고서 회고하다 이백
우저산 앞 장강의 밤에,
牛渚西江夜(우저서강야),
푸른 하늘에 조각구름도 없네.
靑天無片雲(청천무편운).
배에 올라 가을 달을 바라보니,
登舟望秋月(등주망추월),
공연히 사장군을 그리워하네.
空憶謝將軍(공억사장군).
나 역시 능히 높게 읊을 수 있지만,
余亦能高詠(여역능고영),
이 사람(사장군)은 들을 수 없네.
斯人不可聞(사인불가문).
내일아침 배에 돛 달고 떠나면,
明朝掛帆席(명조괘범석),
단풍잎이 어지러이 떨어지겠지.
楓葉落紛紛(풍엽낙분분).
<야박우저회고(夜泊牛渚懷古)>는 과장이 없는 시로, 이백의 서글픈 심정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백이 말년에 배를 타고 장강을 유랑하다가 우저기 곧 채석기에 잠을 자기 위해 배를 정박했던 것이다.
동진 때, 사상(謝尙, 308~356) 곧 진서장군(鎭西將軍)으로 사장군이라고도 하는데, 그 사상이 선성 지역에서 현령을 지냈다.
그가 어느 달밤 우저기에서 뱃놀이를 하는데, 어디서 영사시(詠史詩)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 읊는 사람을 데려 오게 하였는데, 세곡(稅穀)을 나르는 뱃사공 원굉(遠宏)이었다. 두 사람은 날이 샐 때까지 놀았고, 그 후 사장군의 추천으로 원굉은 벼슬자리에 나아가게 되었다.
이백은 인생 말년에 채석기에 와서 자신의 신세를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옛날에는 사장군 같이 인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인재를 등용했는데 지금은 사장군 같은 인재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천리마는 세상 어디에도 있는데, 그 천리마를 알아봐주는 백락이 없다. 그래서 이백은 원굉처럼 목소리 높여 시를 읊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나의 시 읊은 소리를 들어 줄 사람이 없어 그저 쓸쓸할 뿐이다. 이백은 가을 달처럼 자신의 재능을 알아 줄 사람을 갈망하고 있지만, 그런 사장군 같은 사람은 이제는 없다.
그래서 공연히 그리워만 할 뿐 그저 쓸쓸하고 허망할 따름이다. 이백의 시는 호쾌하면서도 과장된 표현이 많이 있는데, 이 시는 담담한 어조이다. 그래서 더욱 슬퍼 보인다.
이백은 <소가행(笑歌行)>에서 "우습구나 우스워, 영무자와 주매신은 나각 불며 장작지고 노래하며 다녔는데, 오늘 그대 만나도 몰라주니 어찌 미친 척하지 않으리."라고 하여, 춘추시대 나각 불던 영무자와 한 무제 때 나무꾼이었던 주매신도 재능을 인정받아 출사를 하였는데, 이백 자신은 이들과 같은 재능이 있는데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으니 미친 척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노년 이백의 좌절감이 절로 느껴진다. 지금도 안휘성 마안산시 채석기에 가면 이백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채석기(采石磯)의 원래 지명은 우저기(牛渚磯)였다. 우저기는 '쇠자갈모래톱'이라는 뜻이다.
장강가에 있는 삼각주로 그곳에는 우저산이 있다. 소가 엎드린 모습의 삼각주라해서 우저산이라 한다.
채석기에는 이백이 달을 잡으려다가 장강에 빠졌다는 착월대(捉月臺)와 의총(衣塚)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적선루와 이태백기념관도 있다.
/인하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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